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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건 칼럼] 부울경 상생, 신기루가 안 되려면

민주 새 시장·도지사 셋, 울산서 상생협약에 합의

원팀 정신 제대로 살려 실질적인 성과 못 이루면 과거처럼 또 쇼에 그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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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울산에서 눈길을 끄는 행사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이 부산·울산·경남 광역단체장 당선인과 함께한 정책간담회다. 6·13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여당이 ‘상생경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나선 전국 민생탐방 첫 자리였다. 아직 취임도 하지 않은 당선인 신분의 3명과 함께 중앙당이 정책간담회를 개최한 게 다소 이례적이었다. 하지만 대대적인 지방권력 교체에 핵심 역할을 한 세 지역 위상을 감안하면 그다지 이상한 일도 아니다. 홍영표 원내대표가 중앙당 차원에서 적극 지원을 약속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게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 관심을 모은 것은 세 당선인이 합의한 ‘동남권(부울경) 상생협약’이다. 부울경 공동협력기구 설치, 부울경 광역교통청 신설, 맑은 물 확보를 위한 공동 노력, 광역혁신경제권 구성, 재난 공동 대응, 신공항 건설을 위한 공동 TF 구성 등 6개 항으로 이뤄졌다. 세 지역 공동 번영을 위해 ‘원팀’을 이뤄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당선인 때부터 상생 필요성에 공감하고 구체적 협약문까지 도출해 낸 것도 이례적이다. 향후 4년의 행보에 기대감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세 시장·도지사의 강한 의지와 고고한 뜻에도 불구하고, 과연 앞길이 순탄할지 의문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아마도 짙은 기시감 때문일지 모르겠다. 공동협력기구니, 광역교통청, 광역혁신경제권 등 협약문에 포함된 항목들이 식상하게 다가오는 탓이다. 이들 사안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다만, 오래전부터 거론돼 왔음에도 여전히 세 지역의 숙제로 남아 있다는 게 안타깝다는 얘기다. 말처럼 상생이라는 게 쉽지 않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부울경 상생 노력의 뿌리는 깊다. 1997년 울산이 광역시로 승격되면서 1999년부터 시장·도지사가 참여하는 형태의 부울경발전협의회가 운영됐지만 지지부진했다. 이후 2010년 지방선거에서 허남식 부산시장, 박맹우 울산시장, 김두관 경남지사가 당선된 후 그해 8월 상생은 새롭게 시동을 걸었다. 세 시장·도지사가 만나 동남권 산업벨트 구축, 광역교통망 조기 확충, 관광 활성화, 경제 발전 협력 등 5개 항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새로 당선된 시장·도지사의 상생 합의라는 점에서 지난달 민주당의 그것과 닮았다.
거기까지였다. 당시 이들의 합의는 구체적으로 진행되지 않았고, 2012년 보궐선거에서 홍준표 경남지사 체제로 바뀌면서 상생은 흐지부지됐다. 이런저런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15년 서병수 당시 부산시장이 부울경협의체 구성을 주장했으나 홍 지사가 참여하지 않아 복원되지 않았다. 2015년 부산에서 상생을 주제로 열린 한 포럼에서 세 시장·도지사가 참석, 이구동성으로 필요성을 밝혔지만 후속조치는 없었다. 이듬해 울산에서 열린 상생 발전 포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동남권 신공항 문제로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마당에 성과를 기대한다는 게 애초부터 무리였을지 모른다.

그간의 과정을 보면 부울경 상생은 어쩌면 신기루 같은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뭔가 대단한 게 있을 것 같은데 가까이 다가서면 실체가 없는 허상뿐이었기 때문이다. ‘같이 잘살자’라는 당위야 누가 나무라겠는가. 한 뿌리에서 자라 상생의 조건도 안성맞춤이다. 이처럼 만져질 듯했던 장밋빛 실체는 늘 허망한 허상으로 끝났다. 그렇다고 부울경 상생이 정말 이루지 못할 신기루 같은 존재일 리는 없다. 결국 문제는 상생을 이루고자 하는 주체들이다. 제 밥그릇에만 집착해서야 헛된 신기루일 뿐이고 지금까지가 그랬다.

그 때문인지 민주당 부울경 시장·도지사 당선인들의 상생 합의를 바라보는 시각도 복잡하다. 우선 임기 초부터 의지를 보인 점은 긍정적이다. 같은 당인 데다 ‘원팀’을 강조해 온 세 사람이어서 신뢰감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다. 허남식, 박맹우, 김두관 세 시장·도지사의 임기 초 상생 합의는 무위로 끝났다. 이후 서병수, 김기현, 홍준표 셋 또한 같은 당임에도 더 삐걱거렸다. 새롭게 출발하는 세 시장·도지사 역시 의지와 ‘원팀’이라는 강점에도 불구하고 전임자들의 길을 가지 말란 법이 없다.

벌써부터 불안한 조짐이 없지 않다. 셋이 합의한 협약문 중 ‘신공항 건설을 위한 공동 TF 구성’이라는 마지막 항목이다. 협약문 발표 이후 오거돈 시장 측 해석과는 달리 송철호 시장과 김경수 지사는 가덕신공항에 동의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실이 뭐든, 향후 상생을 향한 길이 험난하리라는 걸 예고하는 듯하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상생 협약문이 과거처럼 그저 쇼에 그치는 종잇조각이 아니라는 걸 입증하는 건 그들 몫이다. 이제 더는 만남과 협약만 남발할 게 아니라 단 하나라도 구체적 성과물을 지역민에게 선물할 때도 되지 않았나.

논설실장 jj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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