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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주 52시간근무제’와 옛 반공일에 대한 단상 /정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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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7-03 19: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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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반공일(半空日)’의 뜻을 알고, 어린 시절 반공일의 추억이 있는가.

반공일은 오전만 일하고, 오후에 퇴근하는 반쪽 공휴일이었던 토요일을 가리킨다. 필자를 포함한 지금 ‘아재’들은 대부분 이 ‘반공일’을 손꼽아 기대했을 것이다. 반공일 오후 3시쯤 삼겹살이나 통닭을 사 들고 집에 오시는 아버지를 기다렸고, 웬만한 직장에선 점심 무렵 일을 마치고 낮술 한잔으로 한 주간의 피로를 풀었다. 하지만 반공일은 2004년 7월 ‘주 5일 근무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주 5일 근무제’는 2011년 상시 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한 대한민국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고, 2012년 전국 모든 초·중·고교의‘주5일 수업제’가 더해지면서 비로소 완성됐다.

그런데 지난 1일 ‘주 5일 근무제’, 그 이상으로 우리 삶을 바꿔 놓을 새로운 제도가 시작됐다. 바로 1주일에 최대 52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다는 ‘주 52시간 근무제’이다. 이제 한 주에 52시간 넘게 일하면 불법이고, 이걸 신고하면 해당 기업 대표는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이렇게 ‘법’으로 개인의 일할 수 있는 자유를 재단하는 목적은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다. 일과 생활(삶)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기 때문이다. 대다수에겐 일과 삶은 양극단에 서 있다. 그래서 이제 ‘법’이 우리 삶에 개입해 ‘저녁이 있는 삶’의 기반을 마련해 주겠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당장 세세한 기술적 문제에서부터 “돈이 없는데 무슨 저녁이 있는 삶이냐?”라는 근본적인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정착되기까지 5년 정도는 필요할 거란 전망도 나오는데 정부는 우선 6개월간 유예기간을 뒀다. 현장에선 많은 우왕좌왕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고용노동부는 회식은 근무시간이 아니라고 했는데 법조계에선 저녁을 먹으며 프로젝트 회의를 했다면 이건 근무라고 한다. ‘영업맨’들의 고민은 정말 크다. 이들은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 휴일 등을 활용해 영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당국에선 회사 허락을 받아 법인카드를 쓰는 저녁 술자리는 근무라고 했지만 반응은 냉소적이다. 어떤 영업맨이 모든 고객과 만남을 다 보고하고 결재받겠느냐는 것. “일은 똑같이 할 텐데, 수당은 깎일 테니 답답하다”고 하소연한다.

게임업종으로 대변되는 정보통신기술 쪽에서도 궁금증이 많다.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살인적인 업무시간에 시달리는 근로자들인데, 하지만 게임을 개발하다 주 52시간이 넘었다고 딱 멈출 수도 없다. 언론인, 가령 기자들은 어떨까. 역시 답답하다. 취재기자들의 출퇴근은 결국 ‘기사 마감’에 달려 있는데, 기자를 왕창 뽑지 않고는 ‘기사 대량 생산’에 짓눌린 요즘 언론 현실을 맞춘다는 건 불가능하다.

또 다른 측면도 생각해봐야 한다. 선뜻 입 밖에 내놓지는 못해도 맘 깊은 곳에서 토로하는 사람들에 이야기다. 바로 “난 더 일하고 싶은데, 더 일하면서 몇 푼이라도 더 벌어, 우리 아들 학원 보내고 싶은데 왜 근로시간을 줄이느냐”는 목소리다. 아마도 한국의 웬만한 ‘가장’이라면 이런 생각을 할 것 같다. 최선의 시나리오는 있다. 일은 덜 하지만 효율성과 생산성이 엄청나게 높아져 임금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상승하는 경우다. 하지만 현실은 당장 근로자 10명 중 2명은 임금이 바로 깎이게 된다. 기업도 할 말이 많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한 축은 ‘고용 창출’과 연결돼 있다. 주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이 줄 경우 기업이 공장을 더 돌리려면 새로운 인력을 충원해야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기존 근로자가 좀 더 일해주는 게 신규 충원 인력보다 효율성이 높다는 게 기업들의 말이다.

하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많은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그래도 이젠 앞으로 갈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진부하지만 난 ‘행복’이란 부분도 이번엔 반드시 잡았으면 좋겠다. 과거 반공일은 온 가족에게 설렘 가득한 날이었다. 난 지금도 ‘국민학교’ 시절 토요일 아침 등굣길의 설렘을 잊지 못한다. 그런데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이 행복감은 더 커졌을까. 아니, 절대 아니다. 아빠들은 골프치러 새벽부터 사라졌고, 학생들은 학원 뺑뺑이를 돌고 사교육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졌고 가족은 다 찢어졌다. 정말이지 이번 ‘주 52시간 근무’가 또 이렇게 흘러가지 않았으면 한다. 꿀맛 같았던 그 시절의 반공일. 그 ‘꿀맛’을 놓치면 안 된다.

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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