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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한국당, 걸림돌 들어내고 젊은 희망 키워라 /김경국

선거 폭망한 보수정당 반성, 진정성이 없어 감동 못 줘

진짜 보수의 싹 틔우려면 세대교체만이 정답인데 나카소네 명언 새겨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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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폭망’했다. 수도권은 물론이고, TK(대구·경북) 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완패했다. 그동안 보수의 텃밭으로 여겨져왔던 부산·울산·경남지역에서도 완패, 안방을 내줬다. 제1 야당인 한국당의 폭망 징후는 선거 전부터 이미 감지됐다. 그래서 이왕에 망할 바에야 제대로 망해야 보수를 재정비할 수 있다는 말들이 심심찮게 나왔었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지방선거에서 국민들로부터 사상 유례없는 몽둥이 찜질을 당한 이틀 후인 지난달 15일 한국당 의원들이 무릎을 꿇고 국민들에게 ‘석고대죄’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반성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극소수 의원들이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큰 감동을 불러오지 못했다.

왜 선거에서 국민들에게 철저하게 외면당했는지에 대한 원인분석도 뒷전이다. 그 대신 ‘네가, 또는 너희들 때문에 선거에서 참패했다’는 책임 떠넘기기와, ‘이제 우리가 당권을 잡아 당을 이끌어가겠다’는 계판 간 밥그릇 싸움밖에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탄핵 이후 분당과정에서의 잔류파와 복당파로 나뉘어진 계파 갈등은 내후년 총선 공천권 장악이 최종 목표다. 게다가 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일부 인사에 대해서는 ‘황당하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비대위원장 후보 하마평을 놓고는 ‘아무나 대잔치’라는 비아냥까지 들린다.

지금 한국당 지도부가 모색하고 있는 ‘혁신’은 과거 실패했던 방식의 재연에 불과하다. 한국당(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등 전신을 포함)이 그동안 어디 혁신을 한두 번 했었나. 그때마다 ‘밥그릇에 기반한’ 혁신이었을 뿐이다. 이번이라고 별반 차이가 있을까. 기득권자들이 그대로 눌러 앉아서, 물러나더라도 자기들이 당 재건의 기틀을 마련한 이후에야 물러나겠다는 자기중심적 사고를 조금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기득권자들에 의한 외부영입은 본인들의 정치생명 연장을 위한 경쟁일 뿐이다. 벌써부터 잔류파와 복당파 내부적으로 전당대회 준비를 하고 있다는 말이 들리는 것만 봐도 싹수가 노랗다. 이러면서 ‘혁신 비대위’ 운운은 어불성설이다. 처절할 정도의 인적 쇄신 없는 당 혁신은 또 다른 분란의 출발점이 될뿐이다. 어떻게 하는 모양이 가는 길마다 ‘사지(死地)’다.

현재 한국당은 어설픈 리모델링으로는 정비할 수 없을 정도로 붕괴됐다. 전면적인 재건축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들어내야 한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세대교체가 답이다. 기득권자들은 모두 자신을 버려야 한다. 본인들이 바로 당 혁신의 ‘장애물’이라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한 발짝 물러나 ‘장애물’이 아니라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
세계는 지금 30, 40대의 젊은 정상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지난해 취임 당시 불과 31세였다. 이 기회에 한국당도 젊은 희망을 키워나가야 한다. 젊은 사람들이라고 ‘물 심부름’만 시킬 생각은 버려야 한다. ‘걸림돌’들은 이참에 들어내야 한다. 시어머니 시각으로만 젊은 며느리를 재단하려고 하면 안 된다. 좀 서투르면 어떠냐. 어디나 시행착오는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지난 4일 만난 한국당의 한 중진의원은 여전히 당권싸움에 혈안이었다.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저쪽’에서 당권을 가져가기 때문에 절대 그럴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물러날 생각은 단 1%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는 39세의 젊은 나이에 보수당 대표가 되었다가 불과 50세에 “저도 한때는 미래였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물러 날 때를 안 것이다.

한국당의 몰락과 함께 보수도 집이 허물어졌다.일각에서는 한국당은 사이비 보수에 불과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어쨌거나 한국당이 우리나라 보수를 대변해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당이 망했다고 대한민국 보수 전체가 궤멸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진짜 보수의 싹을 틔울 기회를 맞은 것이다. 보수 재건에는 이미 재기불능 심판을 받은 한국당이 주역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일본의 보수원로인 나카소네 전 총리는 일본 자민당이 폭망한 2009년 총선 직후인 2010년 92세에 집필한 ‘보수의 유언’을 통해 “진정한 보수는 원칙을 지키며 끊임없이 개혁한다. 보수가 위기에 빠졌다고 안달하지 말고 4년 계획으로 당을 개선해나가라. 대전환의 시대에는 젊은 신흥세력 가운데 새로운 인재가 등장하고 이를 기성의 간부들이 만들어가야 한다”라고 적었다. 한국당이 깊이 새겨들을 말이다.

서울본부장·정치부장 thrkk @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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