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스포츠 에세이] 러시아월드컵과 정치 /김동준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7-12 19:22:41
  •  |  본지 29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모하메드 살라(이집트)와 메수트 외칠(독일). 둘은 2018 러시아월드컵 기간 곤욕을 치렀다. 살라는 이집트가 이슬람 자치공화국인 체첸에 베이스캠프를 차리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람잔 카디로프 체첸 대통령과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다. 카디로프는 반체제 인사와 성소수자를 탄압해 인권단체들로부터 ‘독재자’로 낙인찍혔다. 외신들은 “살라가 독재자의 선전에 이용당했다”고 논평했다.
   
터키계인 외칠도 지난 5월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찍은 사진 때문에 마음고생을 했다. 독일 정부가 인권 탄압과 민주주의 훼손을 이유로 에르도안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외칠의 사진을 대통령 선거에 이용하면서 사태가 악화됐다.

과거에도 정치인들은 스포츠를 이용했다.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정권은 공식 축구대회가 열리기 전 반드시 파시스트식 경례를 하라고 요구했다. 1934 이탈리아월드컵은 파시즘 선전의 장이었다. 파시스트들은 이탈리아 프로축구에서 뛰던 아르헨티나 선수들에게 거액을 주고 귀화를 유도했다. 또 감독에게 ‘우승하지 못하면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위협을 느낀 선수들은 매 경기 거친 플레이를 마다하지 않았다. 4강전에선 스페인 선수 7명과 이탈리아 선수 4명이 부상으로 실려 나가는 바람에 재경기를 해야 했다. 결승전에선 이탈리아의 상대 체코가 선제골을 넣었다. 무솔리니의 표정이 굳어졌다. 관중석에선 “죽여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천신만고 끝에 동점골을 넣은 이탈리아는 연장전에서 역전골을 넣어 2-1로 승리했다.

독일의 히틀러도 스포츠를 지배도구로 활용했다. 나치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1936 베를린올림픽 스타디움을 대규모로 건설했다. 개막식에선 무려 11만 명의 관중이 히틀러에게 나치식 경례를 해 세계를 경악게 했다. 히틀러는 제2차 세계대전의 출발점인 1939년 폴란드 침공 직후 폴란드와 A매치를 마련한다. 폴란드를 완벽하게 제압해 독일의 우월성을 각인시키려 했다.

상황은 만만치 않았다. 당시 폴란드는 1938 프랑스월드컵에서 브라질과 대등한 경기를 펼칠 정도로 강팀이었기 때문이다. 나치는 폴란드 선수들에게 “패배하면 상을 주겠다. 이기면 총살한다”고 협박했다. 폴란드 선수들은 침탈당한 조국을 위해 최선을 다해 뛰었다. 독일이 2-3으로 패하자 나치는 폴란드 선수들을 모두 총살했다.
요즘도 축구는 정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가 라이벌을 넘어 앙숙이 된 계기는 1936년 스페인 내전으로 두 팀의 연고지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정치적으로 대립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지난해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중앙정부의 반대에도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강행했을 때 FC바르셀로나 일부 선수는 지지 입장을 밝혔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크리켓 경기는 ‘전쟁’이다. 두 나라는 종교적 갈등과 카슈미르 독립을 둘러싸고 이미 세 차례나 전쟁을 벌인 적이 있다. 일촉즉발의 핵 대결로 세계를 긴장시키기도 있다.

   
스포츠는 평화의 다리가 되기도 한다. 미국과 중국의 ‘핑퐁외교’가 대표적이다. 남북도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한반도 화해 분위기를 만들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선 여자 농구와 카누·조정 종목 남북 단일팀이 구성된다. 이제 스포츠가 독재자의 선전수단으로 이용되는 비극은 크게 줄어들었다. 앞으로는 스포츠를 통해 평화와 화해·교류의 싹이 트길 기원한다.

대한체육회 고용능력개발위원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부울경 국회의원에 듣는다
장제원 예결위 한국당 간사
부울경 국회의원에 듣는다
이주영 국회 부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토지’에서 부산의 문화예술을 떠올리다
기내식과 문어발, 그리고 ‘총수님’의 갑질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북항에 부산오페라하우스를 지어야 한다면
도심, 걸을 수 있어야 빛나는 곳
기고 [전체보기]
‘가야’라는 구슬 서 말, 부울경이 잘 꿰어야 /송원영
걷기, 100세 건강 지켜줄 최고 처방전 /이용성
기자수첩 [전체보기]
부동산 이젠 출구전략을 /민건태
기초의원 자질 키우자 /김봉기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워라밸·스라밸, 삶의 균형은 있는가
외교는 전쟁보다 어렵다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
납세자로서의 유권자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1000억 영화기금에 대한 단상 /신귀영
부산·대구 너무 다른 식수대응 /조민희
도청도설 [전체보기]
백제 무왕
보물선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작지만 매력 많은 동네책방
설악당 무산 스님의 원적(圓寂)
박무성 칼럼 [전체보기]
공직자의 침묵
부산 여당의 과적 운항
박창희 칼럼 [전체보기]
서부산 신도시, 누구를 위한 것인가
高手의 질문법
사설 [전체보기]
세월호 참사 국가책임 엄중하게 물은 배상 판결
민주당 지역위원장 선임 잡음 공정·정의 어디 갔나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지금 ‘복지국가 뉴딜’이 필요하다
변화의 필요성과 소득주도 성장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공룡 기무사의 월권 불감증
부울경 상생, 신기루가 안 되려면
특별기고 [전체보기]
갑질과 배려- 6년간의 부산상의 회장직을 떠나며 /조성제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