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350원으로 의결했다. 정부가 내달 5일까지 고용노동부 장관 고시로 이를 확정하면 지난해(16.4%)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을 유지하게 된다. 하지만 최저임금 심의에 불참한 사용자 측은 물론 노동자 측도 결과에 불만이다. 노측은 당초 요구한 8680원에 못 미치는 점을 들어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이 실현될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측은 영세·중소기업이 존폐 기로에 서게 됐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위 의결 불복종을 선언한 소상공인들은 가격 인상과 동맹휴업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노사 간 극한대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번에 의결된 시급을 월급(주 40시간, 월 209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174만5150원이 된다. 가족 수 2, 3명인 노동자 가구의 월 평균 생계비(296만∼343만 원)에 한참 미달하는 금액이다. 따라서 이 정도의 인상 폭은 당연하며, 오히려 미흡한 감이 있다. 그런데도 감원 등 부작용을 의식한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을 거론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최저임금 인상 갈등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소치가 아닐 수 없다.

최저임금 대상 노동자가 주로 일하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소의 임금 인상 기피는 고용주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임금을 올려주고 싶어도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나 건물주의 임대료 인상으로 여력이 없어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 결과, 제조업체의 63%가 최저임금 인상 등 원가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공정하게 반영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데서도 그 실상이 드러난다.

일단 정부는 근로장려세제 확대 등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중소기업이 받을 충격을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프랜차이즈 업체와 가맹점 간의 공정거래 등 중·장기적인 경제 민주화 플랜을 수립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이런 근본대책 없이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