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대학생 두 명이 보트 형태의 구조물을 타고 서울 한강 횡단에 성공했다. 새삼스러울 것이 없어 보이던 젊은이들의 행동이 세간의 주목을 끈 이유는 강을 건너기 위한 도구가 특별한 까닭이었다. 이들은 국내에서 생산된 과자봉지 150개를 이어 붙여 탈것을 만들었다. 당연히 중도에 침몰하지 않을까라는 우려의 시선이 만만찮았고 경찰 수난구조대는 행여 생길지도 모를 사고에 대비해 촉각을 곤두세우며 횡단 내내 뒤를 따라 다녔다.

두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과자제품의 과대포장 실태를 고발하기 위해 이 같은 일을 기획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제과회사들이 제품 손상을 막는다며 과자봉지에 질소를 가득 채워 판매하는 바람에 정작 소비자들은 가격에 비해 엄청나게 적은 내용물을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을 꼬집으려 했다는 것이다. 행사는 일회성으로 끝났지만 뜻밖의 소득도 있었다. 질소가 들어 있는 과자봉지가 사람을 물에 띄울 수 있다는 소문이 대중에게 확실하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실 질소가 충전된 과자봉지를 이용한 인명구조는 현장에서 널리 통용되는 기술이다. 선박 침몰이나 물놀이 중 갑자기 물에 빠지는 사고가 났을 경우 구조대가 올 때까지 주변 도구를 활용해 버틸 수 있도록 하는 생존 수영법 가운데 하나다. 각종 안전사고 방지 교육 때도 빠지지 않고 소개된다. 한 기관의 조사 결과, 과자봉지와 공기가 든 페트병을 품에 안으면 몸무게가 80㎏인 성인 남성도 한동안 물에 뜬 상태를 지속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생존 수영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게 된 계기는 세월호 참사로 많은 인명피해가 생기고부터다. 이후 생존 수영법을 가르치는 기관이 잇달아 등장했고 여기에 참석하는 일반인 수도 예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 강습 목록에는 과자봉지 활용법 외에도 물속에서 바닥을 차고 뛰어 오르는 방법과 누워 뜬 상태로 5m 나아가기, 도구 없이 물에 떠 버티기 등이 들어 있다.

정부가 이번에 만 5세 유아에게도 생존 수영법을 교육하기로 했다. 전국 126개 유치원에서 시범 운영을 실시한 뒤 성과가 좋으면 대상을 더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생존 수영은 책으로 배우기보다는 어릴 때부터 한 번이라도 체험해 보는 게 비상상황 발생 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어떤 일이든 사전 준비는 철저히 할수록 좋게 마련이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