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요(薯童謠)’는 삼국유사의 ‘서동설화’에 수록되어 있는 백제 향가다. 백제의 한 소년은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인 선화공주가 절세미인이라는 소리를 듣고는 경주로 들어가 모종의 일을 꾸민다. 그는 선화공주가 밤마다 몰래 서동의 방을 찾아간다는 내용을 담은 노래를 아이들이 부르도록 시켰다. 이 근거 없는 이야기가 진짜인 것처럼 널리 퍼지자 놀란 왕은 선화공주를 귀양보내게 되고 소년이 그 길목에서 기다리다 함께 백제로 돌아간다.

참으로 당차고 당돌하기까지 한 이 소년은 나중에 왕위에 오른 무왕으로 전해진다. 그는 600년부터 641년까지 재위하는 동안 많은 업적을 남겼다. 신라에 뺏긴 영토를 되찾는 한편 왕권 강화에도 주력해 백제의 중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국사기는 ‘풍채가 뛰어나고 뜻과 기상이 걸출했다’고 무왕을 묘사했다.

최근 학계에서는 전북 익산에 있는 쌍릉 가운데 하나인 대왕릉의 주인공이 누구냐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가 이 무덤에서 출토된 사람 뼈를 분석한 결과가 나오면서다. 인골의 주인공은 60대 전후의 남성이며 키는 최소 161㎝에서 최대 170.1㎝, 사망 시점은 620~659년으로 추산됐다. 학자들은 7세기 초반에 죽었고 당시로서는 기골이 장대했다는 기록으로 미뤄볼 때 무왕의 유해가 유력하다는 견해를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백제의 여러 고분 중 무덤 주인공이 왕이라고 밝혀진 사례는 무령왕릉이 유일하다. 그런 만큼 무왕이 이곳에 잠든 것이 확실하다면 백제뿐 아니라 삼국시대 고분 연구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 반론도 제기된다. 우선 내부에서 벽화나 명문 등이 하나도 발견되지 않아 무왕이 묻혔다는 결정적인 증거로 삼을 만한 자료가 없다. 또 고려 때인 1327년 도굴됐다는 기록이 있고 1917년 일제가 첫 발굴을 하는 바람에 일부 교란이 발생해 인골이 애초에 매장된 사람의 것이라고 단정하기 힘들다는 가정도 무시하기 힘든 실정이다.

문화재청이 대왕릉 보완조사와 함께 왕비의 무덤으로 보이는 인근의 소왕릉에 대해서도 발굴을 한다니 쌍릉의 실체는 조만간 확실하게 밝혀질 터. 그보다는 갖가지 상상력을 펼치게 만들었던 서동요의 주인공 무왕이 사후 1400년 만에 다시 후손들에게 불쑥 다가온 것이 훨씬 흥미롭다. 가능성은 낮으나 설화로만 여겨지는 선화공주의 흔적도 이번 기회에 함께 드러났으면 더 좋으련만.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