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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현장] 국정홍보에 밀린 지방분권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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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정권에서는 비서관이 각 부처를 맡아서 일하다 보니 일개 비서관이 한 부처를 좌지우지했다. 비서관이 없으면 어떠냐. 부처 장관이 잘하면 된다.”

몇 달 전 청와대가 조직 개편 논의에 들어갔을 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부처별 해당 비서관실 설치 요구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는 비서실을 개별부처 대응에서 정책 아젠다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부 부처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분권과 자치 강화를 위한 지방자치 비서관,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균형발전 비서관 등 대통령이 강조했던 정책 의제를 책임질 비서관실을 신설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1년 2개월 만에 단행된 청와대 조직개편을 보면 일자리와 경제가 문재인 정부 2기 청와대의 주요 아젠다로 더 확실하게 자리 잡은 반면 지방분권은 오히려 축소된 것을 알 수 있다.

비서실·정책실·안보실 3실장 12수석(8수석·2보좌관·2차장) 48비서관 체제가 3실장 12수석(8수석·2보좌관·2차장) 49비서관 체제로 개편하면서 그나마 2개 있던 지방분권 관련(자치분권·균형발전) 비서관실이 통폐합된 것이다. 반면 국민소통수석실 아래에 국정홍보비서관을 신설하면서 홍보 관련 비서관 자리가 하나 더 늘었다. 비서관실 숫자로만 보더라도 문재인 정부의 국정 핵심 과제라고 하는 지방분권 정책이 국정 홍보의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지난 대선 기간, 여러 후보가 지방분권을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누가 집권을 하더라도 지방분권 공약은 경제, 외교 등 거대한 다른 공약에 밀릴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집권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방분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면서 ‘이번 정부에서만큼은 지방분권이 가능하겠다’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려’는 ‘현실’로, ‘기대’는 ‘실망’으로 변하고 있다.

홍보 관련 비서관을 늘여야 할 만큼 문재인 정부 1기 청와대가 국정 홍보에 부족함이 있었는지 생각해보자. 탁현민 행정관의 탁월한 연출력으로 문 대통령의 현장 정책설명회는 매회 국민적인 지지를 얻었고 4·27 판문점 정상회담을 계기로 청와대 홍보 역량은 정점에 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매일 청와대 SNS로 ‘청와대 방송국’을 직접 운영하고 있고, 각 부처의 중요한 정책 발표가 있는 현장에는 문 대통령을 참석시키면서 홍보 효과를 극대화했다. 얼마 전 ‘기획’ 논란이 일었던 광화문 깜짝 호프 미팅도 홍보의 일환이다. 과하면 과하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을 일이 없는 것이 청와대의 홍보력이다.
청와대는 ‘분화’ 됐다는 논리로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상 ‘신설’된 국정 홍보비서관은 정책 홍보를 맡으며 부처 홍보 담당자들 간의 조정을 강화한다고 하는데, 청와대가 부처의 정책 홍보에 관여하는 것도 마뜩잖다.

아무리 ‘청와대만 바라보지 말고 부처 역량을 강화하라’고 강조해도 지금처럼 독주하는 청와대 시스템에서 여전히 부처 공무원들은 청와대만 바라 볼 수밖에 없다. 그런 청와대가 지방분권 비서관실을 축소했는데, 정부 부처의 지방분권 정책에 추진동력이 붙을 수 있을까. 그간 지역에서 요구했던 ‘분권균형수석실’이라도 설치했다면 컨트롤타워가 돼지 않았을까. 청와대 내에서 가뜩이나 탄력 받고 있는 ‘국정 홍보’에 밀려난 ‘지방분권’의 현주소는 씁쓸하기만 하다.

서울정치부 부장 tg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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