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무인항공기) 날리기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끄는 취미 가운데 하나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여러 동호회가 활동 중이며 회원 수가 10만 명이나 되는 곳도 있다고 한다. 드론 관련 대회도 전국 각지에서 한 해에 10여 차례나 열린다. 민간분야에서도 활용가치가 높아 관련업계는 드론이 4차 산업시대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드론은 원래 군사목적으로 개발된 장비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용도폐기된 군용기를 표적용으로 개조한 것이 시초다. 냉전시대에는 정찰활동이나 적성국 정보수집 임무를 담당했고 이후에는 전투기 및 전폭기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군사전문가들은 조만간 스텔스 기능을 갖추거나 핵무기를 실은 드론까지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적은 비용으로 목표물 타격이 가능한 데다 자국인 인명피해 발생 우려도 없다는 게 각국이 앞다퉈 군사용 드론 개발에 몰두하는 이유다.
그동안 인마살상용 드론은 전시나 그에 준하는 상황에서 사용된 것이 통례. 그런데 지난 4일 베네수엘라에서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드론 폭탄의 희생양이 될 뻔 했다. 수도 카라카스에서 행사 기념 연설을 하는 도중 폭발물을 실은 드론 2개가 연단 주변에서 터졌다. 대통령이 직접 피해를 입지는 않았으나 드론 2대는 C4라 불리는 폭발물을 1㎏씩 싣고 있었다. 살상거리가 반경 50m로 군사용 폭약의 대명사인 TNT보다 위력이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에서는 그동안 드론이 전시가 아닌 때에 국가 수반을 암살하려는 도구로 이용된 적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드론 폭탄은 약간의 배경 지식만 있으면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테러집단이 모방범죄에 사용할 가능성도 높다. 최근 시리아 반군은 실제로 나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조잡한 드론에 수류탄을 매단 뒤 러시아 공군기지를 공격해 수 명을 살상한 적도 있다.
역설적인 것은 베네수엘라 현지 사정을 보면 이 사건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이 현 정권을 전복시키려 테러를 사주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반면 야권은 경제정책 실패로 국내 기반이 약해진 대통령이 국면 전환을 위해 자작극을 벌였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조사가 시작됐다니 어느 쪽이 옳은지는 곧 밝혀지겠지만 진실규명은 뒷전인 채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모습이 그다지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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