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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김병준號의 운명은? /황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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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8-07 19:02:03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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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전인 지난달 17일 자유한국당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교수를 혁신비대위원장으로 선출했다. 김병준호가 출범한 것이다. 김병준호는 이미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다. 비대위 구성을 두고 잔류파(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반대파)와 복당파(탄핵소추 찬성파)가 죽기 살기로 으르렁거렸을 때는 비대위 구성이 무산되거나 아예 당이 쪼개질 수도 있다고 봤다. 그런데 어쨌든 배를 띄웠다.

김병준호가 출범하면서 몇 가지 긍정적 조짐도 보인다. 계파로 나뉘어 감정적으로 충돌을 거듭하던 당내에 순식간에 침묵이 흐른다. 일단 지켜보자는 것이다. 또 자유한국당 쪽으로는 아예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던 지지층들 사이에 잘만 하면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갈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희망이 꿈틀거린다. 그동안 사분오열되어 패주에 패주를 거듭하던 보수진영이 이제 최후의 저지선을 형성하고 전열을 가다듬기 시작한 것이다.

김병준 위원장의 지난 3주의 행보를 보고 ‘간단한 인물이 아니다’는 것이 정치권의 전반적인 평가다. 취임 일성으로 반(反)역사적 계파논리와 진영논리를 타파하겠다는 ‘대의명분’을 세웠다. 미래를 위한 가치논쟁과 정책논쟁을 ‘실천과제’로 제시했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앞세운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칫 불꽃이 튈 수 있는 인적 청산 부분은 슬그머니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루는 ‘영리함’도 보여주었다.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분명한 각을 세웠다. 바로 ‘국가주의’ 대 ‘자율주의’의 대립 프레임이다. 그동안 프레임 전쟁에서 진보진영에 판판이 밀렸던 것이 보수진영이다. 그런데 김병준호는 프레임전쟁을 선제적으로 치고 나왔다. 초중고 커피자판기 금지, 먹방 제한 등 국민들이 쉽게 그리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사례를 들어서 문재인 정부의 큰 정부 정책을 공격했다. 

여권은 마음이 불편하다. 김병준 위원장은 노무현 참여정부의 정책설계사이자 집행자였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김종인 비대위원회가 출범했을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느꼈을 법한 불편함이다. 그런 불편한 심기는 김 위원장 선출 당일 경찰이 재 뿌리듯 발표한 강원랜드 프로암대회 내사, 한병도 정무수석이 대통령의 축하 화분을 전달하면서 벌였던 ‘국가주의’ 논쟁 등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예전 어머니가 아이를 낳으면 삼칠일(3주) 동안은 금줄을 치고 외인의 출입을 금하여 산모와 아이를 보호했다. 김병준호도 마찬가지다. 배를 띄웠다고 순항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수많은 암초와 폭풍우가 김병준호를 가로막을 것이다. 김병준 위원장이 스스로 밝혔듯이 그에게는 힘이 없다. 계파도 없고 선거도 없고 공천권도 없다. 

내년 1~2월까지 시간을 벌었다고는 하나 지금의 희망과 기대가 언제 얼굴을 바꿀지 모른다. 지금 침묵을 지키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언제 내 보따리 내놓으라고 아우성칠지 모른다. 가치와 정책을 앞세워 정부·여당과 맞짱을 뜨겠다고 나섰지만 우선 당내에서 어느 정도 그런 구상이 구체적 모습을 갖출지 두고 봐야 한다.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에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자유한국당의 변신이 가능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무엇보다 김병준호의 순항에 최대 방해물은 다름 아닌 김병준 위원장의 정치적 꿈과 연결되어 있다. 김 위원장 본인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있는 보수진영과 자유한국당을 살리는 구원투수 역할만 충실히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선 정치 8.5단쯤 된다는 박지원 의원이 치고 나왔다. 김병준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을 2022년 대선을 겨냥한 ‘대권행보’로 규정하고 있다. 

지금 진보진영은 대권 주자가 차고도 넘쳐서 골치다. 반면 보수진영은 인물난에 허덕거린다. 그러니 보수진영 유권자들에게 유력한 새 카드가 나타난 것은 불감청고소원이다. 하지만 정치판의 계산은 다르다. 시기와 질투, 견제와 중상모략이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유력한 주자는 자칫하면 덫에 걸려 힘 한 번 못 써보고 엎어질 수 있다. 

정당의 목표는 집권이고 정치인의 꿈 또한 집권이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음험한 야욕이 될 수도, 애국충정의 헌신이 될 수도 있다. 김병준호의 운명은 김병준 하기 나름이다.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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