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대표적 복합문화공간인 F1963이 핵심 인력 부재로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소식은 아주 안타까운 일이다. F1963의 공간활용을 전담하는 부산문화재단은 지난 2월 25일 막을 내린 기획전시 ‘부산 리턴즈’를 끝으로 총괄 전문기획자가 사임한 이후 수개월째 후임자 선임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휴가 인파가 부산으로 몰려드는 7, 8월 성수기 동안 기획전시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직면한 셈이다.

부산문화재단은 비용 대비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판단 아래 전문 기획자를 충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기획과 관련된 업무는 재단 직원이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문화계에서는 통상 기획전시는 총괄 책임자의 역량에 따라 성패가 갈리기 때문에 전담 인력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민·관이 협력해 만들어진 F1963과 같은 복합문화공간은 전문 기획자의 역할이 다른 곳에 비해 더욱 크다고 지적한다.

부산 고유의 특성을 관객들에게 알리는 기획전시가 줄어들면 F1963의 공공성이 퇴색할 우려가 높다는 점도 문제다. 올해 초 열린 ‘부산 리턴즈’만 해도 바다, 영화, 노래, 야구, 골목 등 5개의 주제를 통해 부산의 개방성과 역동성을 세밀하게 표현해 호평을 얻었다. 게다가 부산 출신이거나 부산에 거주하는 각 분야 전문가가 대거 참가해 공공전시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찬사도 받았다. 그러나 전문 기획자 부재로 이런 공공성 높은 기획전시가 이어지지 못하면 F1963은 상업성이 강한 문화시설로 변모할 수밖에 없다.

F1963은 향토기업인 고려제강이 옛 철강공장에 문화공간을 조성해 시에 20년간 무상으로 제공한 곳이다. 기업의 지역 사랑에다 문화와 도시재생을 결합시킨 특이한 사례여서 짧은 시간 내 전국적인 명소로 떠올랐다. 이 같은 소중한 자산은 타지역에서 찾아 보기 힘들다. 당연히 시와 부산문화재단은 전문 기획자 선임 등을 포함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F1963의 공공성을 지켜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