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 연극마을인 밀양연극촌이 정상화를 목표로 다시 기지개를 켠다고 한다. 성추행 사건으로 위기를 겪었지만,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는 지자체와 연극인들의 뜻이 모인 결과다. 밀양연극촌의 쇠락과 지역 문화예술계 위축에 대한 우려가 크던 차에 들려온 반가운 소식이다. 운영 및 관리체계를 밀양시 직접운영 방식으로 쇄신하고 젊고 의욕 있는 연극인들을 유치해 옛 명성을 되찾겠다는 계획이 믿음직하다. 시민 개방 확대와 프로그램 다양화에도 나선다니 기대가 적지 않다.

새 출발의 신호탄은 2001년부터 간판 역할을 한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의 명맥을 잇는 것이다. 기존 연극제의 8월 개최는 무산됐지만, 오명을 벗는 데 최우선 목표를 두고 명칭과 진행방식을 일신해 가을에 개최한다. 오는 10월 5일부터 닷새 동안 열리는 ‘2018 밀양푸른연극제’가 바로 그 무대다. 총감독은 고양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지낸 안태경 씨가 맡았다. 지난 17년 간 지속된 이윤택 씨 색깔은 완전히 사라진다.

푸른연극제는 무대공연 외에도 밀양연극촌의 미래를 위한 진지한 숙의의 장 역할을 하게 된다. 안 총감독은 연극제 기간 틈틈이 포럼을 열어 전문가들의 활발한 토론을 이끌어 낼 계획이다. 총 29편의 작품을 출품한 국내외 유망 연극인과 배우가 총출동하는 만큼 유용한 아이디어가 쏟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숙의 결과에 따라서는 내년부터 아예 연극촌과 연극제가 새 이름을 달 가능성도 없지않다.

지자체의 각성과 노력도 눈에 띈다. 밀양시는 최근 4억 원을 들여 연극촌을 리모델링했다. 또 중장기 용역을 통해 프랑스 아비뇽 축제 수준의 세계적 연극제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지역에서 뿌리내리고 싹을 틔운 예술공간과 축제가 특정인의 것일 수는 없다. 공공의 문화자산이자 지역이 함께 가꿀 ‘콘텐츠의 꽃’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듯이, 위기를 자양분 삼아 만개하는 밀양연극촌과 연극제를 기대한다. 부울경 주민들의 더 큰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것은 말할 나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