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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규제혁신 제1호 법안 /이두원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9-10 19:16:52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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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사상 최고의 이익을 냈다. 은행은 직장인들에게 선망의 직장이 됐고, 취업준비생들에게는 최고로 가고 싶은 직종이 됐다. 은행은 사업가들에게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우리나라 최근의 은행업 인가는 2015년 K뱅크와 카카오뱅크, 즉 인터넷은행이었다. 2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작년에 은행업을 개시한 인터넷은행들은 영업을 개시하자마자 그야말로 문전성시였다.

은행의 이익모델은 대출의 양과 질을 잘 다루어 이익을 내는 구조이다. 대출 재원은 고객의 예금 규모와 스스로 창출하는 자본이므로 예금과 자본이 많을수록 대출 재원이 늘어나 이익을 늘린다. 인터넷은행은 성장을 위해 자본을 늘리고 싶어도 뜻을 이룰 수 없다. 지난번 K뱅크의 지분 10%를 가진 KT가 은행의 성장을 위해 자본을 늘리고 싶어 했지만 1인 대주주 규정에 묶여 실패했다. 기존 인터넷은행들은 사업을 더 확대하기 위해, 신참 예비군들은 제3, 제4의 인터넷은행에 참여하기 위하여 기존 인터넷은행의 규제해제를 바란다. 네이버 SK텔레콤 LG유플러스 인터파크 등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고 신한은행 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들도 계산기를 두드린다고 한다.

은행은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인 동시에 경제 흐름을 책임지는 공적 기관이다. 은행업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규제를 통해 공적 기능을 보호한다. 규제는 공공 분야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수단이다. 우리나라도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엄격하게 분리하는 금산법, 이를 은산분리로 구체화해 재벌 대기업의 은행지배를 막아 놓은 은행법, 금융지주회사법이 있다. 자유의 폭이 넓은 미국에서도 산업자본은 은행자본의 25%를 넘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은산분리를 통해 10%를 넘지 못하고 의결권은 4%로 제한하는 비교적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 아마도 1997년 외환위기를 겪고 나서 은행의 안전성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한 결과일 것이다.

지난달 7일 대통령은 규제혁신의 첫 대상으로 인터넷은행을 직접화법으로 언급했다. 인터넷은행에 한하여 엄격한 은산분리를 완화하자는 내용이었다. 정부와 여당은 지금의 10% 지분 참여를 많게는 34%까지 확대한다는 인터넷은행 규제혁신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야당은 물론 여당 내 일부에서조차 강한 반발에 부딪혀 9월 임시국회에서는 끝내 무산됐고 이제 정기국회로 넘어간 상태다.

인터넷은행의 규제혁신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1인 대주주의 범위와 지분한도의 허용치다. 먼저 1인 대주주 범위의 경우 정부와 여당은 대통령이 IT 기업으로 제시한 것을 바탕으로 기술기반을 갖춘 정보통신업으로 국한하자고 주장하고 있고, 야당은 정보통신업의 범위를 더욱 넓게 잡자고 주장한다. 재벌만 아니라면 참여 폭을 더 넓게 허용하자는 입장이다. 두 번째인 지분 허용 범위는 25%에서 50%까지 다양한 안이 있다. 최초 당정 간의 합의는 34%였는데 이는 경영상 중대한 결정을 1인 대주주가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합병, 해산, 정관변경 등 중요한 결정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 사항으로 3분의 2의 찬성이 있어야 가능하므로 3분의 1인 34%로 묶어 놓으면 1인 대주주의 전횡을 막을 수 있다.

인터넷은행의 규제혁신이 주목받는 이유는 ‘약’자를 위한 경제정책 일변도에서 거의 처음으로 ‘강’자에게 눈길을 주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가 힘주어 펼친 정책들이 청년취업, 행복주택, 세법, 최저임금, 장애인 복지, 비정규직, 프랜차이즈 등 넓고 깊게 소득주도 성장에 지향점을 둔 정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득 불균형은 더 심해졌고 실업률은 더욱 높아졌다. 최저임금 상승이 실업률을 높였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어쨌든 실업률은 높아졌고, 강북권 개발에 신경을 쓰겠다는 서울 시장의 삼양동 퍼포먼스는 의도치 않게 서울 전역을 부동산 투기로 몰고 갔다.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거두어 가난한 자를 배려하려는 세금정책은 올라가는 세율 그 이상으로 부동산 가격을 올리고 고용인원을 줄였다.
인터넷은행의 규제혁신이 비록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지만 인터넷은행은 장차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이며, 기존 은행을 자극해 은행업 전체가 발전할 수 있는 깃발이 될 수 있다. 무역은 세계 11위권이지만 우리나라의 금융업의 세계 경쟁력이 80위권이라는 사실은 병역특례만큼 개선해야 할 시대의 과제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인터넷은행 특별법이 규제혁신 제1호가 되기를 바란다.

경성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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