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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정치의 서울 알박기’부터 뿌리 뽑자! /차재원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9-12 18:51:30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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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은 18년의 유배 생활 동안 귀감 되는 글을 많이 남겼다. 지금도 자식 교육의 바이블처럼 인용되는 게 있다. 유배지에서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 그중 한 대목이다. “혹시 벼슬에서 물러나더라도 한양(漢陽) 근처에서 살며 문화의 안목을 떨어뜨리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사대부 집안의 법도이다…지금 내가 죄인이 되어 너희를 시골에 숨어 살게 했지만 앞으로 반드시 한양의 십 리 안에서 지내게 하겠다…만약 분노와 고통을 참지 못하고 먼 시골로 도망치듯 이사 가버린다면 어리석고 천한 백성으로 일생을 끝마칠 뿐이다.”

자신의 재기는 어려워도, 아들들은 입신양명하길 바랐던 아비 다산의 심정. 서울 사대문 안에 눌러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절박감이 묻어난다. 200년이 흘러 절대 왕조도, 장기 유배도, 정치적 연좌제도 사라진 민주공화국의 시대. 하지만 서울에 대한 집착은 어쩌면 그때보다 더하다.

지난 4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대표연설을 했다. “당정 협의를 통해 122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겠다.” 직후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된 부분이다. 먼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발끈했다. “사실상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인 서울을 황폐화하겠다는 의도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서울은 진작 결딴났어야 했다. 한전, 코레일,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153개의 공공기관이 오래전에 짐을 쌌다. 재벌급 매출과 정부급 예산을 가진 이들의 지방 이전에도 오히려 서울로의 경제 집중은 심해지고 있다. 지방 민심을 겨냥한 여권의 노림수를 경계하는 야당인 만큼 다소 호들갑을 떨 수 있다고 치자.

해당 기관의 반응은 어떨까. “네 살 된 아이와 아내만 서울에 남겨 놓고 지방에 가느니 차라리 이직하는 게 나을 것 같다.” 한 일간지는 내부 분위기를 전하며 아예 ‘이산가족’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다른 신문은 ‘상상도 못 해, 지방서 업무 불가능’이라고 컷을 뽑았다. 적어도 이 보도만 보면, 대한민국에서 지방은 사람 살 곳이 못 된다. 그리고 거기서 기업하는 이들은 기적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아무리 여론을 가감 없이 전한다지만, 서울 발행 신문들의 속내가 빤히 드러나 보인다.

그렇다고 이전설에 전전긍긍하는 공공기관 직원들만 타박할 일도 아니다. 국토부는 5일 “서울 집값이 49개월간 한 달도 안 쉬고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최장 기록. 이 상승세마저 언제 멈출지 아무도 모른다. 오른 가격도 놀랍다. 서울 아파트 한 채 평균값은 2014년 8월에 4억9425만 원. 지난달엔 7억238만 원이었다. 4년 만에 약 2억 원, 무려 42.1% 올랐다.

반면 부산의 아파트값은 지난 한 달 0.23% 하락했다. 1~8월 누적으론 0.97% 떨어졌다. 경남과 울산은 사정이 더 딱하다. 지난 한 달만 각각 0.65%, 0.85% 추락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집 팔고 제 발로 떠날 사람은 없다.

“부동산은 끝났다.” 자신만만하게 서울 집값과의 전쟁을 선포했던 문재인 정부로선 억장이 무너질 노릇. 추가로 내놓을 대책엔 냉소와 조롱이 쏟아지고 있다. 당연히 아무도 겁을 내지 않는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부동산 세력의 승리를 자축하는 합창 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과연 서울 집값 상승은 시장원리만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일까. 적잖은 전문가는 “시장경제 논리만으로 설명이 안 된다”고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여기서 우리만의 특수성을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대표적 정치우위, 정치지향의 사회. 권력의 중심인 서울에 당연히 정치적 가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다. 아들들에게 절대 한양 사대문을 떠나지 말라고 했던 다산의 논리가 여전히 먹혀들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를 뿌리째 흔들어버리면 어떨까. 한마디로 완전한 수도 이전! 대통령도, 국회도 모두 세종시로 옮겨 버리면 닭 쫓는 개처럼 정치적 가수요도 함께 따라가지 않을까. 물론 수도이전을 위한 개헌은 쉽지 않다. 하지만 권력 구조, 선거구제 개편 등 정치적 타협 방안은 있다. 관건은 대통령의 인식과 의지다. 지난 개헌안 때처럼 ‘수도를 법률로 정한다’는 식의 어정쩡한 방식은 안 된다. 헌법에 ‘통일 전까지 수도는 세종시’로 당당히 명시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의 서울 알박기’라는, 그동안의 폐해를 통째로 뿌리 뽑을 수 있다. ‘미친 집값’ 거품 속에 똬리 틀고 있는 서울공화국과 양극화의 그 음습한 그림자 말이다.

부산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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