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토불이는 ‘몸과 태어난 땅은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뜻이다. 허준이 쓴 ‘동의보감’의 약식동원론(藥食同源論)에 나온 말로, 자기땅에서 난 농산물이라야 체질에 잘 맞다는 걸 의미한다.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퇴비·미생물 같은 자연적 방법으로 작물을 기르는 유기농도 신토불이와 다를 바 없다.

세계에 유기농업이 등장한 건 약 100년 전이다. 토양 오염과 화학물질 사용 농법에 대한 반성, 그리고 자본이 모든 과정을 틀어쥔 산업적 농업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중반부터 유기농 운동이 나타났고, 1997년 친환경농업육성법 제정과 ‘정부 인증제’ 도입 이후 그 규모가 본격적으로 커졌다. 2000년대 들어서는 웰빙 바람 덕을 톡톡히 봤다. 조금 비싸더라도 무농약·무공해라는 생각에 유기농 식품이 각광을 받았다.

유기농의 단점은 화학비료 사용 때보다 농작물 산출량이 적다는 것. 하지만 2004년 스위스의 농업연구소는 장기적으로 볼 때 유기농이 식량 생산에 효율적이고 에너지를 절감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토양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는 생태학적 이득이 산출 손실을 보충하고도 남는다는 얘기다.

한동안 잘나가던 친환경 유기농이 근래에는 뒷걸음질하는 모양새다. 어제 한국농촌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친환경 농산물 인증 농가 수는 5만9400호로 전년보다 2500호 줄었다. 최고치였던 2012년 10만7000호와 비교해 거의 반 토막 수준. 2008년 5만3500호 이래 처음으로 6만 호에 못 미쳤으니 10년 전으로 퇴보한 셈이다. 전체 출하량(49만6400ｔ)과 시장 규모(1조3608억 원) 면에서도 전년보다 각각 13.1%, 7% 줄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지난해 ‘계란 파동’ 때 일부 친환경 인증 농가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것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지 싶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에 수입된 유기식품의 물량과 금액은 각각 15%, 24.5% 늘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친환경 유기농산물 시장마저 외국산에 점령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더구나 세계적으로 유기농 식품·음료시장이 10% 정도씩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와는 거꾸로 가니 말이다. 그 점에서 국내 지역별 특징을 지닌 친환경 농산물을 확대하는 전략과 체계적인 연구개발이 절실하다. 아울러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