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밤, 늦은 귀갓길에 휴대전화 메시지가 떴다. 고(故) 최동원 7주기 추도식을 알리는 내용이다. 야구팬이라면 아직도 그리운, 부산의 상징적인 인물이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7년이다. 이날만큼은 롯데 자이언츠가 승리하길 간절히 원했다.

필자는 2018시즌 개막을 앞두고 부산의 한 방송국 토론프로그램에 출연해 “4강 후보 중 하나가 거인”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정규시즌 3위에 오른 전력이 건재하고 자유계약선수(FA) 영입에 큰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력의 핵심인 투수력이 괜찮다고 봤다. 그 대신 주전 포수 강민호(삼성)의 이적 공백 극복과 외국인 선수의 기량이 평균은 해줘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결과적으로 거인은 두 가지 변수를 극복하지 못하고 하위권으로 내려앉았다.

롯데가 한국시리즈 정상에 선 건 26년 전인 1992년이 마지막이다. KBO리그 ‘최장기 무관 기록’이다. 정규시즌 우승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지난 3년간 FA 계약에 투자한 486억 원도 빛이 바랜 상태다.

이쯤 되면 내부 시스템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올해 롯데 포수진은 프로야구 사상 최악의 생산력(WAR -2.41)을 기록 중이다. 포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대호·손아섭·민병헌 같은 야수는 외국인 선수로 채울 수 있어도 포수는 대체가 불가능하다. FA 외야수 민병헌을 영입하고 강민호를 보낸 건 ‘잘못된 투자’란 얘기다. 투수진의 부진과 하위 타선의 무기력은 덤일 뿐이다.

현대 야구는 선수뿐 아니라 스카우트·전력분석·트레이닝·재활·스포츠심리·2군 육성까지 전문화돼 있다. 프런트의 역량은 순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세밀함이 약하다”는 평가에서 프런트도 자유로울 수 없다. FA 영입을 포함해 막대한 예산을 어디에 쓸지는 프런트가 최종 결정하기 때문이다.

경기 외적으로는 시대 변화의 흐름을 직시해야 한다. 부산은 아직 야구시장이 괜찮지만 국내 야구시장은 조금씩 위축되는 추세다. 롯데는 통계적으로 성적과 관중 동원의 상관관계가 제일 높은 팀이다. 전체적으로는 KBO리그가 살아야 10개 구단도 생존한다. 중계권료나 스폰서십도 결국은 팬이 와야 값어치가 상승한다. 프로야구는 서비스업이다. 팬은 왕(王)이상이다.

현실을 보자. 스마트폰은 몇 개월 단위로 새 제품이 출시된다. 넷플릭스는 24시간 영화와 동영상을 서비스한다. 노인들도 유튜브의 신세계에 빠지고 있다. 놀거리와 볼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과거 10년과 현재 10년의 변화 속도는 2G와 LTE에 비교될 만큼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야구가 스마트폰의 상대가 될까. 소비자의 여가 빼앗기 게임에서 야구가 생존할 수 있을까. 쉽지 않다.

혁신해도 모자랄 판에 롯데 구단의 시스템은 예전 그대로다. 그 세월 동안 성적이라도 좋든가, 구단 운영이라도 선진화되었다는 소리를 듣든가, 새 야구장 건설이라도 속도를 내야 할 텐데, 어느 하나 성과가 없다. 지금 상황에서는 공짜표를 줘도 사직구장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 같지 않다.

2018시즌도 벌써 저물고 있다. 구단도 답답하겠지만 ‘롯데 야구’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통해야 한다. 러시아월드컵 프랑스의 우승을 이끈 응골로 캉테(첼시)는 최근 길에서 우연히 만난 팬의 초대를 받고 집으로 가 2시간 동안 저녁식사와 비디오게임을 함께했다. 그 팬은 “최고 스타는 겸손함 그 자체였다”며 캉테의 골수팬이 됐다. 롯데 스타급 선수들에겐 여전히 ‘사인받기 어렵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지역사회에 녹아들지 못하는 프로는 존재가치가 없다. 지인이 보내준 최동원 추도식 사진을 보니 왠지 더 쓸쓸해 보인다.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