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에서 발생한 규모 7.5의 강진과 지진해일(쓰나미)로 인한 사망자 수가 이미 1700명을 넘어섰으며, 아직 매몰된 가옥이 1000채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어 수천 명이 여전히 실종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지진은 지진동에 의한 건물 붕괴뿐만 아니라 이어진 지진해일에 의해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지진해일은 규모 6 이상의 강진이 수심 1000ｍ 이상의 깊은 해저에서 땅이 수직으로 움직이는 역단층운동을 동반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깊은 해저에서 발생한 땅의 수직운동은 처음에는 해수면을 약하게 출렁이게 하지만, 수심이 얕은 육지 근처로 해파가 도달하면 운동량 보존에 의해 높은 파고의 해일로 바뀌게 되어 해안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주게 된다.

그런데 이번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최대 6ｍ 높이의 지진해일은 일반적인 것과는 달리 진앙이 내륙에 위치해 있을 뿐만 아니라 땅이 수평으로 이동하는 주향이동단층에 의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해일이 해저 바닥의 수직운동이 아니라 지진동에 의한 해저 사면의 산사태가 원인일 가능성과 해저까지 연결된 주향이동 단층이 울퉁불퉁한 해저 바닥을 흔들어 바닷물을 수직으로 출렁이게 했을 수도 있다고 본다. 이번 사례는 지진해일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1세기 최악의 지진해일은 2004년 12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인근 해저에서 일어난 규모 9.1의 지진에 의해 발생했다. 인도양과 벵골만을 가로질러 전파되었으며, 이 해일로 바닷물이 수 킬로미터 해안선으로부터 밀려들어가 현대에 발생한 자연재해 중 가장 많은 23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 2011년 3월 태평양판과 북아메리카판의 경계에 위치한 일본 북동부 해저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지진은 최대 40ｍ 높이의 지진해일을 발생시켜 약 1만9000명의 실종 및 사망자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가 녹아 33만 명 이상의 피난민을 발생시켰다.

우리나라도 지진해일의 피해를 실제 여러 차례 겪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지진해일로 추정되는 여러 정황이 기록되어 있으며, 1940년 나진과 묵호, 1983년과 1993년 동해안가에 발생한 지진해일이 대표적이다.

특히 1983년 지진해일은 일본 서편 아키다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7.7의 해저 지진이 원인이었으며, 약 1시간 반 이후 우리나라 동해안가에 도달한 최대 4ｍ 높이의 지진해일은 삼척시 원덕읍 임원항을 덮쳐 사망 1명, 실종 2명, 이재민 405명과 약 3억7000만 원의 재산피해를 발생시켰다.

2016년 울산 앞바다 지진과 경주 지진 그리고 지난해 포항 지진과 같이 최근 들어 우리나라 육상과 해안에서 규모 5 이상의 지진이 잇따르고 있지만 지진해일에 대한 대비는 아직 만족스럽지 않다. 선진국에서는 지진해일의 예측, 탐지, 경보를 위해 모사시험과 함께 해저지진계, 해수위 및 조류 측정기, 위성관측시스템 등을 갖추고 지진해일을 조기에 국민들에게 알리고 대피소 구축과 함께 대피 요령에 관한 대국민 교육을 꾸준히 하고 있다. 진앙지 바로 인접지역을 제외하면, 지진해일은 도달시간이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에 빠른 경보는 위험지역으로부터 충분히 대피를 가능하게 해 피해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 동해안 해역은 수심이 깊고 주향이동단층운동과 함께 해저 바닥이 수직으로 움직이는 역단층성 지진이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는 곳으로 서해와 남해보다 지진해일 발생 가능성이 월등히 높다. 그 때문에 동해의 지진해일 연구와 경보시스템 구축을 위한 우선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이번 술라웨시 지진이 발생한 직후 발령한 지진해일 경보를 30분 만에 해제하여 기상 당국 책임자가 사임 압력을 받고 있다. 당국과 언론은 해상에 설치된 지진해일 감지 장치가 예산 부족으로 2012년부터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대규모 지진해일이 닥쳐 큰 피해가 발생한다면, 우리 정부는 어떤 핑계를 댈지 걱정스럽다.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