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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억새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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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옛 대중가요 중 ‘짝사랑’이란 노래가 있다. 1936년 발표된 것으로, 울산 출신의 고복수 선생이 불러 히트 쳤다. 그 가사의 첫머리는 ‘아~ 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그런데 여기의 으악새가 풀 이름인지 새 이름인지를 놓고 한때 설왕설래했다. 하지만 이 노래 2절 첫머리의 같은 자리에 ‘뜸북새’가 나오는 걸 볼 때 새 이름이 맞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왜가리를 일부 지역에서 으악새 또는 ‘왁새’로 부른다는 점에서다.

   
다른 한편으로는 ‘억새’의 경기지역 방언이 으악새라, 풀 이름을 뜻한다고도 여길 만하다. 억새가 가을바람에 흔들릴 때, 우는 것 같은 마찰음이 나오니까 그걸 비유적으로 나타냈다는 얘기다. 바람에 스치는 억새의 소리가 스산하고 처량한 까닭이다. 이런 시적(詩的)인 해석으로 이 노래는 세인의 입에 더 오르내렸다. 요즘도 나이 지긋하신 분들은 이 노랫말을 읊조리며 깊은 상념에 빠지곤 한다.

억새는 보통 10월 초에 피기 시작해 10월 말~11월 초에 꽃이 부풀어 오른다. 이때 하얗게 탈색이 되면서 절정을 이룬다. 우리나라에서 억새 최대 군락지이자 관광지는 영남 알프스인 밀양 재약산 수미봉과 사자봉 사이의 사자평 일대. 광활한 초원에서 마치 하얀 손수건들이 물결치는 것 같은 억새의 군무(群舞)가 그야말로 장관이다. 청마 유치환 선생이 ‘깃발’에서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해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이라 표현했지만, 억새는 그보다 더하지 싶다.

이런 억새의 다양한 모습을 감상하려면, 햇살 방향을 잘 살피는 게 요령. 억새가 가장 보기 좋은 하얀색일 때는 태양으로부터 45도 이하의 역광을 받을 때다. 따라서 오전 9시 이전이나 오후 5시 이후에 태양을 안고 보면 된다. 억새꽃이 두드러진 걸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도 이때가 안성맞춤이다. 그 외 태양이 머리 위에 있는 오전 11시~오후 4시 무렵까지 억새는 누런 빛이나 잿빛을 띤다.
사자평 억새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재약산 국가생태탐방로의 밀양 쪽 1차 구간이 최근 완공돼 이를 기념하는 걷기축제가 내일 열린다는 소식이다. 여기에는 표충사를 비롯해 흑룡폭포, 층층폭포, 고원 습지 같은 볼거리가 풍성하다. 덱(deck) 로드와 전망대 2곳 등 편의시설도 갖춰졌으니 금상첨화다. 햇살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 은억새, 금억새가 가을산행을 유혹하는 계절이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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