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지난 13일 막을 내렸다. 태풍 콩레이 때문에 일부 야외 행사 진행에 차질이 생기는 등 돌발 변수도 있었으나 무난하게 일정이 마무리됐다. 열흘간 324편의 영화를 본 관객은 모두 19만5000여 명으로 지난해 보다 소폭 증가했다. 아시아 필름마켓에는 전년 대비 38%가 늘어난 1737명이 방문했다. 사전 예매율 역시 2017년에 비해 10% 이상 늘었다. 올해 BIFF가 당초 우려와 달리 비교적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더 고무적인 것은 이런저런 이유로 최근 위상이 많이 하락한 BIFF가 예전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사실이다. 조직위원회는 올해 BIFF를 기획하면서 ‘정상화의 원년’을 선포했다. 2014년 ‘다이빙 벨’ 상영을 둘러싼 외압 논란 후 불거진 내·외부 갈등을 말끔하게 해소하자는 의미였다. 조직위의 이런 취지에 공감해 일부 영화단체가 참석 거부방침을 철회함에 따라 많은 영화인과 연기자들이 올해 BIFF를 찾았다. 또 지난 2년간 중지됐던 한국영화감독조합상이 재개됐고 제작사들은 풍성한 자체 행사를 열어 영화인 간 교류의 장을 마련했다.

반면 한편에서는 BIFF의 미래를 섣불리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진단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조직위가 화합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BIFF의 중흥을 이끌었던 김동호 전 이사장이 불참한 데다 일부 영화인이 과거 정권에서 이뤄졌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규명을 정상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는 등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용관 이사장도 이런 점을 의식해 “정상화와 화합은 절반의 성공이었다”고 냉정하게 올 BIFF를 평가했다.

이제 조직위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BIFF의 재도약을 이루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꾸준한 접촉과 교류로 영화인 간 단합을 도모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 관계기관과 긴밀한 협조로 영화제 예산 증액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찾아내야 마땅하다. BIFF는 ‘영화도시 부산’의 상징이자 자랑이다. 내년에는 더 완성된 BIFF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