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은 미코박테리움 튜버큘로시스(Mycobacterium tuberculosis)의 감염으로 발생하며 미열과 점진적인 체중 감소, 밤에 땀을 흘림, 만성 기침, 종종 혈액이 섞인 가래 배출 등을 특징으로 하는 만성 질환이다. 미코박테리움 튜버큘로시스의 유일한 천연 병원소는 사람이다. 결핵은 우리나라 제3군 법정전염병으로 결핵 진단을 받으면 의무적으로 1주일 안에 신고해야 한다. 결핵의 병원체인 미코박테리움 튜버큘로시스는 1882년 독일의 의사이자 미생물학자인 로버트 코흐(1843~1910)가 발견하여 세상에 알려졌다. 1930년대까지 시골에서 팔리는 대부분 우유는 일상적으로 저온살균이 되지 않아서 소를 감염시키는 미코박테리움 보비스(M. bovis)가 결핵의 흔한 원인체였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결핵의 대부분이 미코박테리움 튜버큘로시스에 의해 발생한다.

미코박테리움 튜버큘로시스는 산에 견디는(항산성) 그람 양성 세균으로 12시간 이상의 세대시간(generation time)을 갖고 있어 매우 느리게 자라기 때문에 결핵을 신속히 진단하기가 어렵다. 최적 생장온도는 35~37도이며 30도 이하와 42~45도(조류의 체온)에서는 생장하지 못한다. 절대 호기성이어서 산소 분압이 낮은 조직보다는 폐상엽, 신장, 뇌, 골수와 같이 산소의 공급이 많은 부위에 병터를 만든다. 그러나 산소가 없는 괴사 병터에도 모든 산화활성이 억제된 잠복 상태로 수년 동안 살아 있으면 잠복 결핵을 유발할 수 있다.

미코박테리움 튜버큘로시스는 일반 세균처럼 65도에서 30분 이내에 사멸되기 때문에 우유에 오염된 결핵균은 저온살균법으로 쉽게 살균할 수 있다. 또한 햇빛이나 자외선(UV) 조사를 통해 쉽게 살균되는데, 이는 대장균보다 4~10배의 감수성을 나타낸다. 하지만 건조, 소독약, 강산, 강알칼리, 암모니아 화합물에 대해서는 일반 세균에 비해 저항성이 훨씬 강하다.

일반적인 그람 양성 세균의 세포벽과는 달리 세포벽 건조 중량의 60%가 지질로 되어 있는데, 이는 다른 세균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지질을 함유한 세포벽은 항산성 염색과 건조, 소독제에 대한 저항성, 병원성을 나타나게 해주는 주된 요인이다. 항산성 염색은 미코박테리움 속(genus)에 속하는 종(species) 등 염색약을 잘 흡수하지 않는 미생물을 염색하기 위한 방법이다. 이 세균들은 세포벽에 고농도의 지질을 함유하고 있어서 그람 염색에 사용되는 염색 시약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염색약의 흡수를 방해한다. 붉은색을 띠는 푸크신(fuchsin)으로 염색되고 나면 강산에 의해서도 탈색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항산성’이라고 부른다.

결핵의 전파는 대부분 호흡기 경로로 일어나며 10개체 이내의 미코박테리움 튜버큘로시스로 충분히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전파에 중요한 인자로는 기침 횟수, 적절한 환기, 혼잡의 정도가 있다. 면역 결핍은 잠복성 결핵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데, 에이즈에 걸린 사람의 5% 이상에서 활성 결핵이 발견되었다. 결핵 예방접종은 세계 여러 곳에서 널리 시행되어 오고 있다. BCG(Bacille Calmett Guerin)로 알려진 살아있는 약독화 결핵균 백신은 미코박테리움 보비스로부터 유래되었다. 실험실에서 수년에 걸쳐 계대배양을 하여 미코박테리움 보비스의 약독화 균주를 얻었다. 이 균주는 사람에게 거의 병원성은 없으나 결핵에 대한 일부 면역 기능을 생성시킨다. BCG를 통한 방어 효과는 사용국과 피검자의 연령에 따라 0~96%로 매우 다양하지만 약 75%의 방어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결핵 유병률이 높은 나라에서는 신생아의 결핵 예방접종을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심한 면역결핍 환자는 BCG 예방접종이 안전하지 않다. 이는 백신 결핵균이 전신으로 퍼져 질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결핵이 의심되는 사람을 대상으로 피부시험과 폐 X-선 촬영을 통하여 확인함으로써 결핵을 통제할 수 있다.

결핵은 BCG 예방접종, 우유의 저온살균, 도축장에서의 식육에 대한 철저한 검사, 환경위생의 개선 등에 의해 충분히 예방될 수 있다. 결핵을 조기에 발견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것은 결핵 예방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인제대 교양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