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종합경제지인 ‘포춘지’는 1955년부터 매년 전 세계 기업들을 대상으로 주요 경영지표에 대한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포춘지’는 선정 초기 기업의 재무 성과만을 기준으로 순위를 발표했지만 1997년부터는 외형의 성과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회적 인식을 반영하여 ‘가장 존경받는 기업(World’s Most Admired Companies)’ 순위를 발표하기 시작했고, 2015년부터는 사회에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세상을 바꾼 기업(Change the World)’ 순위도 발표하고 있다.

이 같은 기업 순위 선정 기준의 변화는 우리 사회가 기업들에게 보다 큰 ‘사회적 가치 실현’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방증이다. 오늘날 사회구성원들은 기업들이 ‘이윤 창출’과 같은 외적 성장에만 치중하기보다 ‘사회 전반의 영역에서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를 위해 노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적인 식품기업 네슬레가 커피 농가 지원을 위해 도입한 ‘네스카페 플랜’이 대표적이다. 커피 가격이 폭락해 커피 농가들의 수익성이 떨어지자 네슬레는 커피 농가에 좋은 품질의 묘목을 보급하고 농업기술을 전수했다. 이를 통해 커피의 생산량과 품질을 높인 커피 농가들은 소득이 늘어났고 네슬레 역시 고품질의 커피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됐다. 이처럼 네슬레는 상생을 기반으로 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을 갖추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미 많은 국내 기업은 제조 공정에서 수질·대기 등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 개발과 에너지 절감에 앞장서고 있고 협력사의 근무 환경 개선을 지원하는 등 상생과 협력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과거 일회성에 그치던 사회공헌 방식에서 벗어나 본연의 업(業)을 통해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어 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청신호다.

공공부문 역시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노력을 분주히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사회적 가치 실현을 선도하는 공공기관’을 100대 국정과제로 채택해 공공기관이 각 기관 본연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해나갈 수 있도록 혁신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이 각 기관 본연의 미션과 업에 기반하여 다양한 경제부문의 사회적 가치가 고르게 실현될 수 있도록 역할이 부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사회적 가치 실현’이 보다 성공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각 기관의 부단한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시민들의 활발한 참여가 필수조건이라는 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공공기관들이 본연의 역할과 연계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변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부의 ‘광화문1번가’나 부산시의 ‘OK1번가’와 같은 소통·참여 플랫폼이 각광을 받는 이유 역시 국민이 바라는 사회의 모습을 국민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캠코 역시 금융 산업과 국가 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금융공기업으로서 고유의 업과 연계된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소멸시효 완성채권 등의 소각을 통한 금융취약계층 지원, 중소기업 및 중소해운사에 대한 경영정상화 지원, 국·공유지 개발을 통한 공공자산 가치 제고 등 캠코만의 차별화된 비즈니스 기반에 국민들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반영해 나가고 있다. 이를 통해 국민들에게 보다 큰 편익을 제공하고 나아가 우리 경제의 활력을 높이는 캠코형 사회적 가치 창출을 실천하고 있다.

캠코는 지역 특색에 맞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부산시민들과 함께 사회 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캠코는 지난해 11월부터 부산시를 비롯해 부산 소재 공공기관들과 협력하여 향후 5년간 50억 원 규모로 부산지역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해 금융을 지원하는 부산 사회적경제 지원 기금(BEF) 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한 부산형 사회적 가치 지원 모델을 만들고 이를 전국에 전파하기 위해 시민참여형 소통플랫폼인 ‘부산 사회적 가치 무지개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단순히 부산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 혁신과제를 부산시민과 함께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공동체의 번영과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노력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추구해야 할 가치이자 책무일 것이다. 우리 사회의 공공성 강화와 상생을 바탕으로 우리 경제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거듭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그리고 시민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부산이 기업과 시민이 함께 성장하는 건강한 경제 공동체의 모범 사례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