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 우암동의 부산외국어대학교 옛 부지 활용방안이 5년 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건물 터 주변 주거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질 뿐 아니라 인근 상가들의 피해도 커지는 중이다. 또 금융권에서 수백억 원을 대출받아 학교를 금정구 남산동으로 옮긴 부산외대 역시 대출 이자 부담으로 재정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이 일대가 슬럼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게 됐다.

사태가 이처럼 악화된 것은 당초 부산시가 기획했던 공공개발 계획이 현실성 부족을 이유로 보류됐기 때문이다. 시는 서병수 전 시장이 재임 중이던 지난 4월 부산외대 옛 부지에 해양 관련 연구센터와 청년임대주택, 창업시설 등을 짓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최근 열렸던 신규투자사업 사전심사에서 재검토 판정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주변 지역과 연계된 활용방안이 크게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부산외대 우암동 캠퍼스 개발 구상은 이제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딱한 처지가 됐다.

우려되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행정 당국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제기되자 시는 지난달 전담 부서를 지정했다. 하지만 기획관리실 소속 정책개발팀은 부산외대 옛 부지 개발사업 현황을 챙기는 정도의 기본업무만 하고 있다. 부산외대 측도 부지매입을 시에 촉구하고 나섰을 뿐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다. 뭔가 획기적인 방안이 없다면 부산외대 우암동 캠퍼스 개발은 하염없이 미뤄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시는 기존의 ‘신해양산업 및 주민 커뮤니티 클러스터’ 방안이 사실상 무산된 만큼 적극적인 주민 의견 수렴과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하루빨리 새로운 개발계획안을 내놓아야 한다. 13만 ㎡ 규모의 도심 내 부지는 제대로 활용만 된다면 지역사회 전체에 큰 이득이 될 수 있다. 캠퍼스 이전 이후 급속하게 침체됐던 인근 상권의 활성화도 기대된다. 물론 어떤 식의 개발이 이뤄지든 이 터를 공공 목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처음 기조는 계속 유지해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