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30일 오후,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류청현의 공공기관과 기차역 등 17곳에서 폭발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60명이 죽거나 다쳤다. 현정부의 집 강제철거에 불만을 품은 한 주민이 만들어 우송한 ‘폭발물 소포’로 인한 참사였다. 중국에는 도시 건설이나 재개발, 오염물질 배출 공장 건립 등에 항의하는 주민 시위가 매년 수만 건 일어난다. 경찰차에 불을 지르는 등 양상이 점차 과격해지더니 소포를 가장한 폭발물 테러로까지 악화된 것이다.

이 사건은 미국 ‘유나바머(Unabomber)’를 모방한 범죄였다. 유나바머는 ‘대학(university) 연구소와 항공사(airline) 등을 주요 대상으로 삼아 공격한 폭파범(bomber)’이란 뜻으로, 1978년부터 1995년까지 17년간 16차례 폭발물 소포를 보내 26명을 사상한 천재 수학자 시어도어 카진스키를 말한다. 그는 언론에 발표한 장문의 글 ‘산업사회와 그 미래(일명 유나바머 선언문)’에서 “인류에게 산업혁명은 재앙이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은 사라지고 고통받는 노동자는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산업혁명과 기술 발전의 부정적 측면에 치우친 극단적 비관론이긴 하나,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엄연히 나타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유나바머 사건 이후 세계 곳곳에서 모방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3월 프랑스 파리의 국제통화기금 사무소에서 폭발물 소포가 터져 여직원이 크게 다쳤다. 같은 시기 독일 베를린의 재무부 청사에서도 폭발물 소포가 발견됐다. 지난 3월 미국 텍사스에선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6차례의 소포 폭발 사건으로 8명이 사상해 미국 사회가 ‘택배 공포’에 휩싸였다. 그로부터 7개월 만에 그 공포가 재연됐다. 지난 22~25일 오바마 전 대통령의 워싱턴 자택, 힐러리 전 국무장관의 뉴욕 자택 등 10곳에서 폭발물 소포가 발견되면서다.

수신자가 모두 오바마 정권에 몸담았거나 민주당과 관련 있는 유력인사라는 점에서 범인이 트럼프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이거나 극우 백인우월주의자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미국 사회가 지나치게 서로를 혐오하면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건 분명하다. 각자 마음속에 도사린 혐오라는 이름의 괴물이 공포사회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