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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무원의 뒤늦은 수습 /신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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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옷 갈아입히느라 늦었습니다. 주말에는 간병인 대신 제가 남편을 돌보는데 정신이 없네요.”

지난달 서울 신촌의 대학병원에서 만난 최혜영(42) 씨의 첫마디다. 아침에는 회사로, 저녁에는 병원으로 퇴근한다고 했다. 부산에서 악몽 같은 일을 겪은 지는 어느덧 두 달이 흘렀다.

최 씨의 남편 김학우(48) 씨는 지난 8월 25일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에서 열린 다이빙 대회에 참가했다가 사고를 당해 목 아래를 움직이지 못한다. 5m 플랫폼 다이빙 대회에 참가한 김 씨는 이날 바다 모랫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목등뼈 4번과 5번이 손상됐다. 최 씨가 물에 뛰어든 때는 썰물이 시작된 오후 2시20분이었다. 수심은 3m에 지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다이빙 대회는 5m의 수심을 갖춘 경기장에서 진행된다. 또 국제수영연맹(FINA)은 다이빙 대회 수심 기준으로 요구하는 최소 3.7m도 지키지 못했다. 김 씨가 다치기 전 참가자들이 주최 측에 수심이 얕다며 불안감을 나타냈지만 대회는 그대로 진행됐다.

부인 최 씨는 마냥 눈물을 흘릴 여유가 없었다. 대회를 주최한 서구는 사고 이후 쉬쉬했다. 사고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고 언론에 공개하지도 않았다. 모든 뒷수습은 최 씨 몫이었다. 해경에 진정을 넣은 것도, 언론에 사고를 알린 것도 최 씨다. 대회를 개최한 서구의 공한수 구청장은 김 씨가 3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고 서울로 병원을 옮긴 지 한참 뒤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늦은 사과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대회를 담당했던 공무원도 병원에 찾아와 느닷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최 씨는 지난 일을 떠올리며 찬물을 들이켰다.

김 씨는 잘나가는 펀드매니저였다. 지난해 다니던 회사에서 경영대상을 받을 만큼 인정받는 인재였다. 철인 3종 경기에도 출전한 스포츠맨이기도 하다. 회사에서까지 아령이나 덤벨로 근력 운동을 할 정도다. 다이빙에 입문한 지는 4년이 됐다.

최 씨도 남편 덕에 다이빙의 매력에 빠질 수 있었다. 주말이면 다이빙대에서 물속으로 뛰어드는 것이 부부의 낙이었다. 최 씨는 남편에게 회사에 휠체어 타고 출근하면 된다고 말했다. 재활 잘 받아 여의도 금융계의 전설이 되라고도 했다. 그러나 김 씨는 여전히 재활에 들어갈 수준의 몸 상태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대회를 담당한 공무원 3명은 해경에 형사 입건됐다. 동료 공무원 몇몇은 운이 나빠 사고가 났다며 이들을 두둔하기까지 했다. 공무원이 이 같은 마음가짐을 가지는 한 국민의 생명은 사고위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사회부 met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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