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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대법원장은 무얼 하고 있는 걸까 /고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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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10-31 19:32:11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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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이 얘긴 구구절절한 설명도, 화려한 수사도 필요 없을 듯하다.

촛불혁명으로 사법부의 수장에 오를 수 있었던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금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 걸까. 만기친람이란 말이 파다하도록 대통령은 백방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사법부 적폐 청산의 무거운 짐을 떠안은 대법원장은 저렇게 강 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어도 되는 걸까. 법조계에선 금과옥조처럼 여겨지던 고시 기수를 파괴하고 상대적으로 젊은 대법원장이 추천되었을 때 국민들이 반기며 기대했던 것이 저 모습일까.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지낸 경력 때문에 수구정치인들이 생트집을 잡는 모습을 질타하며 그를 옹호했던 많은 국민의 바람은 지금 얼마나 충족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도대체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가. 사법 농단, 재판 거래란 말이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인가. 지난 정부에서 대법원장의 숙원이었던 상고법원 설치를 관철시키기 위해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눈치를 보며 재판 거래까지 자행했다는 정황이 명확한데, 발부된 영장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줄줄이 기각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고 이에 비례해 국민의 분노는 커져가고 있다. 말로만 적폐 청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되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것은 제 자리로 돌려놓아야 하고 그 잘못을 저지른 이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법은 가진 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말이 있다. 실제 과거엔 그랬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역사는 ‘법 앞에 평등한 국민’을 향해 달려왔음을 우리는 똑똑히 봐왔다. 아직 ‘무전유죄 유전무죄’가 엄연한 현실이고 갑들의 횡포가 판을 치지만 사회적 약자의 힘이 점차 커지는 방향으로 역사가 진보해온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민주주의는 내 삶과 동떨어진 우아한 그 무엇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장삼이사의 일상에 웃음과 평화를 가져다 주는 것이어야 한다.

법과 정의의 논리에 따라 판결이 내려지지 못했던 KTX승무원 문제나 강제징용 노동자들의 문제는 법원으로 넘어간 지 10년을 훌쩍 넘겨 이제 겨우 실마리를 풀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부당하게 흘려야 했던 피눈물을 생각하면 정상화의 속도는 더디고 갈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게다가 통합진보당 사건이나 전교조 합법화 문제는 아직도 아무런 기약이 없다. 구성원 중 몇몇이 잘못이 있다고 해서 정당을 해산하는 일은 민주사회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산별노조의 성격을 띤 교원노조가 극소수의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한다고 해서 그 법적 지위를 송두리째 박탈하는 것도 상식 이하의 폭거다. 그리고 그런 판결이 엄정한 법률적 근거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치적 거래에 의해 이루어진 것임이 밝혀지지 않았는가. 그런 더러운 뒷거래가 밝혀졌으면 즉시 사과하고 하루라도 빨리 바로잡는 것이 사법부를 책임진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외부인사들을 포함시킨 개혁기구를 하루빨리 만들고 특별재판부를 도입해야 한다.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외부의 힘을 빌리는 것이 자존심 상할지 몰라도 스스로 불러들이지 않으면 언젠가는 외부인에게 모든 걸 내맡겨야 할 처지에 몰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다시 묻는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자신의 역할이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 어떤 외풍에도 사법부의 권위와 존엄을 지키는 것, 적폐 청산의 광풍이 지나가고 국민들이 개혁 피로감을 느낄 때까지 견디는 것, 결코 그렇지 않으리라 믿는다.

지금이라도 자신의 역할에 걸맞은 실천을 해야 한다. 재판으로 말할 수 있는 사안은 최대한 빨리 재판으로 하면 된다. 법원행정처를 비롯한 조직의 대대적안 혁신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역시 그렇게 하면 된다.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단죄해야 할 사람들은 지체없이 또 그렇게 하면 한다. 사법개혁의 든든한 견인차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된 후에도 사법 농단 특별재판부 도입에 60% 이상의 국민이 찬성하고 있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하기 위한 꼬리 자르기가 아니냐는 의혹 제기가 끊이지 않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 농단 때문에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버린 국민에게 참회하는 마음으로 서둘러야 한다. 그는 자신이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정치개혁부산행동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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