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보의 위상이나 대우가 올 초 잠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1호 특보인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가 미주 민주평통 간담회에서 주한 미군 철수 문제를 거론해 논란이 됐을 때다. 귀국한 그가 기자들에게 “월급도 안받는 특보의 말을 과대평가한다”고 해 발언의 진의 못지 않게 ‘대통령 특보가 무보수’란 사실에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사실 문 대통령도 특보 시절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 임기 말 잠시 정무특보를 한 적이 있다. 문 대통령이 쓴 ‘문재인의 운명’에는 ‘급여도, 활동비도, 차량도, 방도, 심지어 업무용 핸드폰도 없다’는 푸념 아닌 푸념이 나온다.

특보는 말 그대로 대통령을 보좌하는 특별보좌관이다. 특보제도가 도입된 건 박정희 대통령 때다. 이 시대 특보는 실질적인 정책 수립의 브레인으로 장관보다 힘이 셌으면 셌지 모자라지 않았다. 경제특보를 거쳐 국무총리까지 지낸 남덕우, 외교특보를 지낸 최규하 전 대통령, 정무특보와 외교특보 출신으로 아웅산 테러 때 순직한 함병춘 전 비서실장 등 면면을 보면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지방정부에 특보직이 생긴 것은 민선 단체장이 들어서면서부터다. 부산시에도 정무특보 정책특보 경제특보라는 직책을 많은 사람이 거쳐갔다. 서병수 시장 시절 골프 관련 업체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정무특보가 구속되는 일이 있었다. 이때 그 자리가 대외적으로 부시장급이지만 공무원 직제상 5급 상당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입길에 오르내렸다.

엊그제는 오거돈 시장의 복심으로 불리던 박태수 정책특보가 갑자기 사퇴 의사를 밝혀 파문이 일었다. 시 산하 사업소인 낙동강에코센터의 민영화 문제로 공무원 노조와 빚은 마찰이 표면적 이유라지만 ‘늘공(언제나 공무원)’과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대립이라는 분석도 있는 모양이다.

특보는 너무 나서도 안 되지만 존재감이 없어도 문제다. 특보가 전면에 나서면 정통 관료사회의 시스템 붕괴를 부르고 자칫 ‘책임은 안 지고 권한만 휘두른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그렇다고 뒷짐만 지면 공직에 활력을 넣으려는 임명권자의 취지가 퇴색된다. 그런만큼 특보를 기용한 임명권자의 의지와 용인술도 중요하고 특보 자신의 절제와 정치력도 필요하다. 비상근 무보수든, 5급이든 특보를 힘 없는 비정규직으로 여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