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 재생사업의 일환이자 서부산권 현안인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그것도 공정률 95%에서다. 부산시가 사업 준공일(지난달 25일)을 10여 일 앞두고 공사를 멈춘 지 보름이 넘었다. 중단의 표면적 이유는 테니스장이 너무 많다는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다. 특정 스포츠동호회가 아닌 일반 주민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늘리라는 요구인데, 이대로라면 공사 지연과 재시공 등에 따른 세금 부담이 불가피하다.

구덕야구장과 체육관을 헌 자리에 생활체육시설과 쉼터, 산책로, 주차장 등을 짓는다는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 내용은 지난해 5월 실시설계 보고회를 통해 모두 일반에 공개됐다. 특히 생활체육시설에는 테니스장과 다목적구장 각 5개 면, 풋살장과 게이트볼장 각 2개 면, 농구장 1면을 짓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공청회와 설명회도 여러 번 열어 주민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쳤다는 것이 부산시 설명이다. 그런데도 공사 막바지에 이를 문제삼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번 공사 중단의 실질적 단초를 제공한 사람은 해당 지역에 지역구를 둔 여당 시의원이다. 그의 말을 종합하면 공청회 당시에는 생활체육단체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고, 일반 주민들은 내용을 미처 모르다가 시설 형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뒤늦게 문제점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간 북항 오페라하우스, 간선급행버스체계(BRT) 등 뒤엎기 선례가 있었지만 이번엔 누가 봐도 지나치다. 공청회까지 한 사안을, 그것도 공정율 95%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가능한지 부산시에 묻고 싶다.

서구는 변변한 체육시설이나 문화시설 하나 없어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대표적인 부산의 원도심이다. 부산체육시설의 상징적 공간인 구덕야구장을 재개발하는 사업이 전·현직 단체장 혹은 정당 간 이념 싸움의 장으로 변질돼 제2의 시민공원을 갖고자 하는 서구 주민들의 기대를 꺾는 불상사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대안 없이 전임 단체장 행적 지우기를 할 때 드는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