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지자체 의원들의 해외연수가 왜 그렇게 말 많고 탈 많은 채 구태를 반복하는지 이유의 일단이 드러났다. 부산지역 16개 구·군의회 가운데 4개구(서구 남구 강서구 부산진구)를 제외한 12곳에서 의원들의 공무국외연수 심사위원회 위원장을 모두 의회 부의장이 맡고 있었던 것이다. 나머지 심사위원도 구·군 의원과 의회사무국 공무원이 절반이고, 민간위원이 있다지만 대부분 의회 의장이 임명한다고 한다. 민간위원이 위원장인 서구 등 4개구도 이런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지난 1991년 기초의회가 구성된 이래 28년 동안 해외연수가 이런 식으로 진행돼왔다.

무분별한 외유성 해외연수가 이런 ‘셀프 심사’로 걸러질 리 만무하다. 지난해 9월 부산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곳곳이 침수 피해를 입었는데도 바로 다음 날 유럽 연수를 떠난 구의회가 있는가 하면, 공무원 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구 재정이 열악한데도 1인당 평균 386만 원짜리 해외연수는 편법까지 동원해 챙긴 구의회도 있었다. 열흘 가까운 연수기간 절반 이상이 관광이고 귀국 후 제출하는 보고서도 부실하기 짝이 없으니 이들을 뽑은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

부산시의회라고 다르지 않다. 시의회는 지난 9월 해외연수의 심사와 관리를 엄격하게 하기 위해 관련 조례를 제정하기로 했으나 “공감대가 부족하고 합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사를 돌연 보류한 채 상임위별로 무더기 해외연수를 떠나 빈축을 샀다. 6·13 지방선거를 통해 지방의회 지형이 상당부분 바뀌었으나 구태는 달라진 것이 없다. 회당 수천만 원에 이르는 연수 비용이 세금이 아니라 제 주머니에서 나왔다면 이러겠는가.

의원들이 자신들의 해외연수를 심사하면 외유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심사위에서 의원들은 빠지고 시민단체나 학계 등 중립적인 인사들로 재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 연수의 목적 일정 방문지 등에 대한 철저한 사전심사와 함께 주민들이 납득할만한 심사기준도 새로 세우는 게 옳다. 제대로 된 심사가 내실있는 결과를 보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