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초중고교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를 보면, 기가 차고 말문이 막힌다. 예산을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해 회수 조치가 내려졌거나 수행평가와 시험문제 등의 학사 관리를 부적절하게 한 곳이 수두룩하니 말이다. 게다가 교직원들이 복무규정을 어긴 사례도 적지 않은 걸로 드러났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현장이 관련 법규를 엄격히 준수해 사회적 모범이 되기는커녕, 각종 부정·위반행위가 다반사로 벌어지니 그야말로 실망스럽고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제신문이 2015년 이후 실시된 부산 초중고 종합감사 결과를 전수조사해 보니 이런 사실이 나타났다. 이는 부산시교육청과 5개 교육지원청이 490개교(전체의 76.6%)에 대한 감사결과를 홈페이지에 실명 공개한 것이라 그 무게를 더한다. 내용을 보니, 이 기간에 회수 조치된 예산 금액만 10억 원이 넘는다. 그 대부분은 교사에게 근거 없이 수당을 지급했거나 업무추진비를 엉뚱한 곳에 썼다가 적발된 것이다. 국민 세금으로 이뤄진 예산을 이렇게 제멋대로 써도 되는지 묻고 싶다.

중·고교의 수행평가 등에 대한 감사결과도 심각한 수준이다. 공정·객관성이 떨어져 주의를 받은 사례가 허다해서다. 심지어 수행평가 대상 전원에게 만점을 줬거나, 아니면 0점을 부여한 곳도 있다. 지필평가에서 전년 기출문제의 전부 혹은 대다수를 그대로 출제한 곳도 밝혀졌다. 이래서야 변별력이 높아질 리 만무하다. 아울러 물품 구매 등 각종 계약과정에서 법규 미준수로 예산을 낭비하고, 교직원 채용과정에서 불공정 시비가 일어난 것은 더 문제다. 일부 교사가 병가를 내고 그 기간 중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런 사실들을 볼 때 교육현장에서 규정 위반행위가 구조적으로 만연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든다. 물론 다 그렇지 않고 모범적인 곳도 많지만, 대다수 학교에서 감사 지적사항이 나온 것은 심각한 문제다. 우리의 미래가 달린 교육현장이 부정·비위로 얼룩지고, 교사가 법규를 지키지 않아서야 학생들을 볼 면목이 없다. 부산교육청도 감사결과를 바탕으로 일선 학교에 대한 관리감독을 더 철저히 하는 게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