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의 가정 식탁을 공포에 빠지게 했던 살충제 계란 파동이 올해도 재연될지 걱정이 크다. 경남 양산의 한 농장에서 반출한 계란이 진드기 방제용 약품인 스피노사드가 기준치를 3.5배나 초과 검출된 채 유통됐다고 한다. 사용이 허가된 성분이지만 농장주가 안전사용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탓으로 보인다. 양산시는 보관 중인 계란 4만6000개를 압수했으나 나머지 48만여 개는 이미 상당수 소비돼 전량 회수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경남도와 양산시가 관내 전 농장을 대상으로 잔류농약 검사를 실시한다니 후폭풍을 가늠하기 어렵다.

양산은 동남권 최대 산란계 집산지로, 20여 곳 농장에서 하루 90만여 개 생산된 계란 대부분이 부울경에서 유통된다. 그런 만큼 조류인플루엔자나 살충제 계란같은 축산위생 문제에 민감하다. 지난해에도 전국 1239곳 산란계 농장 중 55곳에서 부적합 계란이 4320만 개나 나와 충격을 줬다. 사태 초기 양산은 청정지역으로 분류됐으나 뒤늦게 부적합 농장이 적발돼 가정과 학교 음식점 등지에서 큰 혼란과 공포가 빚어졌다.

정부 등 관계당국은 당시 계란껍데기에 생산자 고유번호와 사육환경 번호 표시를 의무화하고 부적합 농가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해 결과를 공개하겠다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번 양산 사건에서 보듯 이 같은 대책은 사실상 무위에 그치고 있다. 살충제 계란 사태를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산란계에 살충제를 쓰지 않아도 되는 닭장 환경을 만드는 것이 최선이라고 한다. 정부는 닭장 면적을 지금(마리당 0.05㎡)보다 50% 가량(0.075㎡) 늘리도록 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영세 농장주가 이를 당장 실행하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많다.

정부와 해당 지자체는 우선 진드기 방제약품 사용량의 기준을 만들어 관리 감독부터 철저히 하는 것이 순서다. 안전한 약제를 개발해 농가에 보급하는 등 현실성 있는 대안도 시급하다. 이를 기반으로 생산농장에 대한 사전교육과 환경 점검, 유통단계에서의 제품 검사, 사후 처벌과 감독을 꼼꼼히 시행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계란프라이도 마음대로 먹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