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오늘 하루 서울 부산 인천 등 전국 14개 시에서 총파업을 벌인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조도 동참한다. 평균근로시간에 맞게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늘리도록 한 탄력근로제 확대를 둘러싼 정부와의 갈등이 주 원인이다.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확대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무력화하는 노동 개악”이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6개월이든 1년이든 탄력근로제 확대가 필요하다”며 강행할 태세다. 내일 출범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민주노총이 불참한 가운데 열릴 전망이다. 노정 갈등 속에 경제 기상도의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생산·소비·고용 가릴 것 없이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들고 있는 작금의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기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부의 노동 유연화 정책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탄력근로제 확대와 관련한 정책 결정 시한을 연말로 잡고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선 성급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탄력근로제를 확대할 경우 연장근로를 포함해 6주 연속으로 64시간의 장시간 노동이 가능하게 된다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노측과 대화 시간을 더 갖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지 않고 민주노총이 빠진 채 경사노위를 발족하는 건 갈등만 심화시킬 뿐이다.

민주노총 역시 정부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투쟁 일변도로 치닫는 건 옳지 않다. 모든 경제 신호에 빨간불이 켜진 형편에선 더욱 그러하다. 특히 연봉 3500만 원의 적잖은 임금이 보장되는 ‘광주형 일자리’를 반대하는 건 일부 고임금 노동자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취업난에 허덕이는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사기에 알맞다.

지금처럼 노·정이 평행선을 그려선 답이 없다. 노·정 갈등은 사회적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는 게 최선이다. 민주노총과 문재인 정부는 촛불 정국을 함께 일구고 새 시대를 같이 열었기에 누구보다 잘 소통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닌가. 국민경제의 선순환을 추구하는 견지에서 서로 대승적으로 접근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