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우리나라도 복지공화국이 되는 듯하다. 지자체마다 경쟁하듯 ‘복지 구현’을 외친다. 부산시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달 ‘시민이 행복한 부산’과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포용적 복지 추진’ 이란 슬로건을 내걸었다. 복지건강 통합서비스로 시민 행복을 이룰 각오도 밝혔다. 앞서 지난 8월엔 복지 실태도 꼼꼼히 살펴뒀다. 내년 복지계획을 잘 세우기 위해서다.
시는 복지 정책 중 ‘주민 건강’을 크게 강조했다. 건강 복지는 어느 국가나 도시든 중점과업이지만, 부산에선 이를 시급하게 실현해야 할 지경이다. 시민건강지수가 전국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올해도 심혈관 질환과 암에 따른 사망률이 1위다. 산모와 태아의 건강 상태도 최악이다. 그래서일까. 오거돈 시장 취임 후 사회복지국이던 명칭을 복지건강국으로 바꿨다.

그런데 통계를 보면 올해 부산의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396개다. 1000만 인구인 서울시의 496개에 비해 넉넉한 편이다. 그러면 뭐가 문제일까. 병원의 높은 문턱과 지역별 접근성을 개선하자는 여론이 높다. 이는 부산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동의한다. 그러나 먼저 마련할 게 있다. 예방 차원의 보건 대책이다. 가장 경제적인 대책은 시민이 운동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미국 국립보건원 등 많은 연구기관에 따르면 시민의 스포츠 활동을 지원했더니 의료비가 스포츠 지원 예산의 3배 이상 절감됐다. ‘오바마 케어’로 갈등 빚던 미국이 스포츠에서 해법을 찾은 사례도 유명하다. 당시 유산소 운동만으로도 미 연간 의료비의 13%(311조 원)를 줄인다는 분석은 국제사회에서도 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일본 독일 스웨덴 덴마크 등이 공공복지 차원에서 스포츠 클럽을 운영하는 이유다.

그러면 어떤 스포츠가 좋을까. 스포츠는 경쟁성과 비경쟁성으로 나뉜다. 경쟁 스포츠는 개인과 단체 나아가 국가 간의 승패를 겨루는 운동이다. 올림픽을 비롯한 국내외 운동 경기들이 그렇다. 이런 스포츠는 국위 선양과 애국심 고취에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집단 응집력 향상에도 이보다 좋은 게 또 있을까 싶다. 비경쟁 스포츠는 ‘상대방(against) 없이 다함께(with)’ 참여하는 형태다. 맨손체조든 걷기든 수영이든 형태는 상관없다.

시민 전체의 건강에 유익한 운동, 다시 말해 건강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비경쟁 스포츠가 좋다. 경쟁 스포츠도 나름의 효용성이 있지만 복잡한 규칙과 원리는 물론, 다양한 기능을 익혀야 한다. 이기기 위한 전략전술도 필수다. 이러니 오랜 시간이 걸린다.

비경쟁 스포츠는 운동 방법이 간단하고 모두 참여할 수 있다. 부상 걱정도 없다.

무엇보다 협동 활동일 때 더 행복하고 건강해진다. 장소 마련에 큰 돈을 쓸 일도 없다. 공기 맑은 숲과 바다라도 좋다. 우리 부산의 훌륭한 자산이 아닌가. 날씨가 문제라면 학교나 공공체육시설을 사용하면 된다. 365일 중 메가스포츠 경기로 며칠 쓰고는 빗장을 거는 시설들은 이제 정말 큰 낭비다. 올해도 시는 동부산관광단지에 몇몇 경기장 건립을 검토했다. 그 돈이면 오랜 세월 공터로 방치한 메디타운과 주변부지에 의료 ·스포츠 복합공간을 수십 개나 짓고도 남는다.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의 경쟁스포츠 지원을 반대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착각해선 안 될 게 하나 있다. 그 활동이 건강복지 과업 전체를 대신하는 것도, 경기 성적이 시민 건강지수인 것도 결코 아니란 점이다. 이젠 그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훨씬 더 많은 시민의 건강 복지도 대폭 챙겨줘야 할 때다.

부산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