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친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은 이번 겨울을 더욱 따뜻하게 보내게 됐다. 그는 최근 구단과 1년에 202억 원을 받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이에 더해 류현진은 올해 월드시리즈 준우승에 따른 배당금 3억 원도 수령하게 됐으나 이 금액은 사실 연봉에 비하면 이른바 ‘껌 값’에 불과하다.

류현진의 사례는 외국 스포츠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반인들로서는 이런 소식을 듣게 되면 오만 가지 상념이 머릿속을 맴돌 것이 틀림없다. 그러다가 자신의 처지를 곱씹으면서 소주잔을 들이켤 수도 있겠고 애초에 넘보는 게 불가능한 만큼 한 번쯤 부러운 마음을 가진 뒤 훌훌 털어버릴 수도 있겠다.

먹고살자고 사회생활을 하는 장삼이사는 직장 선택의 우선 순위로 대개 연봉을 꼽는다. 마찬가지로 연봉에 대한 불만을 회사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로 거론한다. 최근 들어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자는 가치관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워라밸’을 연봉보다 더 선호하는 이도 적지 않으나 얼마를 받을 수 있느냐는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조건임이 분명하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터지만 지난해 한 여론조사에서 ‘경제·심리적 만족감을 얻기 위한 적절한 연봉’을 묻는 질문에 직장인 대부분이 5000만 원 안팎을 제시했다. 만약 이 대답이 적절하다는 가정을 한다면 입사 후 몇 년이 지나야 연봉 5000만 원에 이르게 될까라는 의문도 관심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구인·구직 사이트인 ‘사람인’이 얼마 전 기업 824곳을 대상으로 집계를 해봤더니 평균 11.3년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대기업이 7.4년이었고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이 각각 10.2년, 11.7년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금용·보험업이 6.7년으로 가장 빨랐고 다음으로는 조선·중공업(9.6년), 자동차·운수(9.8년) 등의 순이었다.

기업·업종별 연봉 격차는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자격증 취득 여부, 업무 숙련도, 업체의 재정 및 경영 상태, 학력, 입사 경로 등에 따라 초봉부터 적지 않게 차이가 나니 동등한 잣대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이러니 아예 남들과 비교를 하지 않는 게 속 편한 태도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기업 환경이 좋아져 모두가 만족하는 연봉을 받는다면 참 살맛 나는 사회가 될 것 같기도 하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