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언론사 사주의 손녀가 자가용 운전기사에게 막말과 갑질을 일삼는 동영상이 유출돼 국민의 공분을 산 적이 있다. 10살짜리 아이의 입을 통해 나온 말들은 가히 충격적이었고 우리 사회의 모순과 치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서 씁쓸하기까지 했다. 또 다른 재벌기업에서는 성인이 된 두 딸과 그들의 엄마인 회장부인이 똑같은 모습으로 직원들에게 수준 이하의 갑질과 폭언을 일삼아 겉모습과는 다른 추악한 재벌가의 수준을 보여주기도 했다.
모든 재벌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모범이 되고 자식 교육에 엄격하기로 소문난 명문가로 존경받는 부자들도 있다. 유출된 동영상 속 소녀의 언행을 보면서 대부분의 사람은 생각했을 것이다. ‘역시 부모의 가정교육이 자녀교육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구나. 부모가 그렇게 행동하니 자식이 그대로 보고 배워서 따라하게 되는구나’하고.

아이들의 교육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말로 하는 교육과 몸으로 보여주는 교육이 그것이다. 지식을 가르치는 데에는 말로 하는 교육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인성교육은 말보다는 몸으로 보여주는 교육이 더 중요하다. 자녀에게 바라는 것을 내가 먼저 실천하면 자식은 그렇게 되어 간다. 부모가 말로 가르치는 내용과 몸으로 실천하는 게 다르면 자식은 부모의 말을 듣지 않는다.

“아이를 훈계하지 아니하려고 하지 마라. 채찍으로 그를 때릴지라도 죽지 아니하리라. 네가 그를 채찍으로 때리면 그의 영혼을 지옥에서 구할 것이다.”(잠언 23장 13절)

아이를 때려서 훈육하라는 뜻이 아니다. 엄하게 가르치라는 뜻이다. 유태인들은 이런 성경 말씀을 따라 자식을 때려서 훈육하기도 한다. ‘매를 아끼면 자식을 망친다(Spare the rod and spoil the child)’는 유명한 탈무드의 구절이 아니더라도 자식의 훈육을 게으르게 하면 자식을 망치게 된다. 부모로서 아이를 꾸짖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부모로부터 제한받지 않고 자란 아이들은, 그래서 부모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들은 세상 밖으로 나가서도 기고만장해지기 쉬우며 그로 인해 사회 속에서 자주 타인들과 심각한 마찰을 일으키기도 한다. 세상의 일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충동적인 행동을 하게된다. 아이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좋은 부모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필요하다면 단호하게 ‘NO’라고 말할수 있어야 한다. 안 되는 것을 가지고 아무리 떼를 쓰고 발버둥을 치더라도 현명한 부모는 아이의 고집을 꺾을 수 있어야 한다. 과거 결핍의 시절을 지내온 부모들의 입장에서는 자식에게만큼은 모든 것을 해주고 싶어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게 요즈음 아이들을 망치는 주범이 되고 있다. 적절히 던져준 “안 돼요” “그만”이라는 대답은 아이가 세상에서 들어야 할 가장 필요한 말이다. 아이들은 욕망을 다스리는 법을 배워야한다. 마트 한가운데서 장난감을 끌어안고 떼쓰는 버릇은 아이의 욕망을 방치한 부모의 책임이다.

세상의 모든 부모는 자기 아이가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부모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비록 행복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 해도, 자녀에게 지금 당장 그 행복 자체를 주고자 하는 부모는 실패할 것이다,

‘자식을 불행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언제나 무엇이든 손에 넣을 수 있게 해주는 일이다’라는 루소의 명언은 오늘날 우리가 자식을 교육하는 데 있어서 가슴에 새겨두어야 할 구절이다.

미래로병원 소아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