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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안일한 타미플루 대책 /류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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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독감 환자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타미플루를 복용한 부산의 한 여중생이 건물에서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환각 유발 의혹이 불거진 이 약을 먹는 걸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먹는 약뿐 아니라 타미플루 계열의 주사제를 맞은 인천의 한 고교생도 환각 의심증세를 보이며 아파트에서 추락했다. 그렇다고 타미플루 외에는 대안도 딱히 없다. 시판 중인 타미플루 복제약 162종은 모두 오셀타미비르인산염 성분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국민의 불안은 높지만 보건 당국의 대처는 안이하기 짝이 없다.

식약처는 부산 여중생 추락 사고 직후 “인과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타미플루 복용 후에 이상행동이 나타나고 추락 등의 사고에 이른 사례가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일선 의약기관에 배포했다. 하지만 이는 2009년 전달한 서한의 내용과 똑같다. 2009년 이후 부산 여중생 사고 이전까지 비슷한 사례는 꾸준히 보고됐고, 2016년에는 타미플루를 복용한 11세 어린이가 아파트에서 추락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보건 당국은 제약사와 함께 인과 관계를 밝히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인과관계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는 말만 10년째 되풀이한다. 식약처는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을 복용지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약사에게 전가했다. 해당 약사의 책임도 크지만, 의약품 관리를 담당하는 부처로서 책임 있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보다 앞서 타미플루의 환각 유발 의혹이 불거진 일본에 견줘보면 보건 당국의 대처가 얼마나 형편없는지 알 수 있다. 일본은 ▷약을 복용한 청소년의 보호자가 현관과 창문을 확실히 잠그고 ▷창이 막혀 있는 방에서 재우고 ▷주택이라면 1층에 머물게 해야 한다 등의 내용을 그림으로 안내하고 있다. 판매 중단 같은 조치가 힘들다면 최소한 이런 정보라도 제공해야 한다.
식약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10년 DUR(의약품 안심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했다. 처방전의 내용을 입력하면 함께 먹으면 안 되는 약이나, 중복 처방 여부, 예상 부작용 등을 의사와 약사의 컴퓨터에 실시간으로 제공해 환자에게 알리는 시스템이다. 이런 시스템까지 만들어 놓고도 타미플루의 환각 유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왜 제대로 알리지 않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어차피 독감철이 지나면 언론도 무관심해지고 우리 아이 사건도 묻히겠죠.” 꽃다운 나이의 딸을 잃은 어머니의 자조 섞인 말에 “절대 아니다”라고 시원하게 부정하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해 씁쓸했다. 대신 국민의 관심이 식기 전에 대책이 나오도록 끊임없이 관계처를 두드려야겠다고 다짐했다.

사회부 skycolor@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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