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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의 끼니] 온천욕과 복국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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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1-02 19:36:26
  •  |  본지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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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한 축은 반드시 기억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음식에서 첫 경험은 한 개인의 기호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누구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떤 기분으로 먹었느냐에 따라 평생 그 음식을 싫어할 수도, 좋아할 수도 있다.

   
나는 복국(사진)을 온천과 함께 배웠다. 온천욕을 한 후 먹는 복국의 맛은 각별하다. 뜨거운 온천수로 혈액은 가쁘게 순환하고 제 몸을 씻는 약간의 노동으로 심신은 적당히 피로감을 느끼는 상태. 이 상태에 먹는 뜨거운 복국은 궁극적인 ‘역설의 맛’이다. 분명 뜨거운 국물을 받아들였는데 시원하고 청량한 기운이 온몸 구석구석을 자극한다. 개운함으로 치자면 이보다 더할 수가 없다. 이렇게 복국을 배운 부산 사람들은 복국은 ‘숙취 후’가 아니라 ‘온천욕 후’라고 단언한다. 부산의 대표적인 온천장이 있는 해운대와 동래에 유난히 복국 전문점이 많은 것은 이 지역이 일찍부터 유흥가로 개발된 탓도 있지만 온천 또한 적잖은 역할을 했다.
나는 이맘때 부산여행에서 맛봐야 할 음식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반드시 온천욕과 복국의 조합을 권한다. 해운대와 동래에는 오랜 전통을 가진 온천 목욕탕에서부터 호텔 사우나, 대형 스파 그리고 전국 최고의 시설과 전망을 자랑하는 찜질방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온천 근처에는 어김없이 전통의 복국집이 성업 중이다. 심지어 전국적으로 이름난 곳도 더러 있다. 이것은 너무 흔해서, 혹은 당연해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산만의 관광자원이 분명하다.

음식관광은 경험과 상황을 팔아 추억을 우려먹는 비즈니스다. 한국에서 가장 맛있는 복국집은 부산이 아닐 수도 있다. 해운대와 동래 온천의 수질이 전국에서 최고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온천과 복국’의 조합만큼은 부산이 최고라 자부해도 좋다.

무엇이든 실천이 따라줘야 전통이 된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이맘때가 되면 연례행사처럼 온천과 복국집을 순례하는 진풍경을 연출해보는 건 어떨까. 마치 부산 토박이가 오래전부터 그래왔다는 듯 능청스럽게 말이다. 무릇 명절이나 축제 때 먹는 음식인 절식(節食)은 그 의미는 명확하지만 시작은 불분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관광공사나 해당 자치단체가 나서 온천과 복국집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할인쿠폰도 판매해보는 거다. 미디어가 이런 맞춤한 이야깃거리를 놓칠 리가 없다. 연초만 되면 신문 방송 등 미디어가 앞다퉈 다뤄준다. 그럼 SNS에는 ‘#부산온천과복국’ ‘#부산신년맞이온천’ ‘#부산복국맛집’ 등의 해시태그가 난무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온천과 복국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그래서 동래와 해운대 온천장 개발에 그렇게 공을 들였던 일본 관광객이 합류하는 건 시간문제다. 그렇게 몇 년만 지나면 ‘온천욕과 복국’은 부산여행의 필수코스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2019년 첫 온천욕 후 단골집에서 복국 한 그릇을 먹으며 해보는 상상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혼자만 알고 있기엔 아까운 맛이다.

맛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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