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도청도설] 새벽 ‘총알’ 배송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낯선 땅에 둥지를 트는 외국인은 상당수가 ‘문화 충격’을 경험한다. 사회환경이 그전에 살던 곳과는 완전히 달라 한동안 적응이 어려워서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느끼는 문화 충격 가운데는 우리나라의 ‘배달 문화’도 포함된다. 자국에서는 배달 가능한 음식이라고 해봤자 피자 정도가 고작이었으나 한국에서는 전화 한통이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방문 앞까지 주문품을 갖다 주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처럼 배달 문화가 활성화된 곳은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대행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배달앱 거래 규모를 3조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2013년의 3347억 원에 비하면 5년 만에 9배 가까이 늘었다. 수년 전 인기를 끌었던 한 이동통신사 광고처럼 갈 방법만 있다면 외딴곳에서도 짜장면을 시킬 수 있다는 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닌 셈이 됐다.

이런 배달경쟁은 전 분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대형 유통업체도 최근 이 대열에 뛰어 들었다. 물리적 한계가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당일 배송’이라는 원칙 아래 고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급기야 이른 시간대에 물품을 가져다 주는 ‘새벽 총알 배송’도 대세로 떠올랐다. 이 덕분에 소비자들은 당일 오후 주문한 식재료 등을 아침 식사 전 받을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새벽 배송이 업체 간 무한경쟁의 결과물이라 진단한다. 가격을 낮추거나 제품의 장점만을 강조하던 기존의 방식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시점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슷한 가격대·품질이라면 주문자가 원하는 시간대에 누가 더 빨리 물품을 갖다 주느냐가 앞으로의 성패를 가를 관건이 됐다.

일부에서는 새벽 배송시장이 원활하게 정착될지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낮시간에 비해 인건·수송비가 많이 드는 바람에 업계로서는 상당한 출혈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게다가 배송이 가능한 품목도 신선식품 위주라는 한계점도 갖고 있다.
반면 업계의 자체 조사를 보면 저녁 시간에 시장 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소비자의 만족도는 썩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가 있다면 공급은 뒤따르게 마련이어서 업체들의 새벽 시장 개척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이유로 어떤 근로자들은 새벽을 반납해야 한다. 그들의 노고에 대한 보상도 이참에 제대로 이뤄졌으면 좋겠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농업이 도시로 들어오고 있다
북항은 진정한 부산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
기고 [전체보기]
보이스피싱, 알면 당하지 않아요 /김철환
활동보조인 휴식제는 누굴 위한 것인가 /이성심
기자수첩 [전체보기]
윤창호 가해자를 향한 분노 /이승륜
거리로 내몰리게 된 대학강사들 /신심범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스마트’하게 살지 않을 권리
명연설이 듣고 싶다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
학생 학교 선생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제례악에 내포된 음양오행 사상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지방자치 후퇴는 안 된다 /김태경
거장작품 살 돈 없는 미술관 /정홍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최호성 신드롬
햄버거 만찬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신춘문예 당선 소감을 읽으며
허수경 시인을 떠나보내며
박무성 칼럼 [전체보기]
국민의 눈높이
‘밥 한 공기 300원’의 미래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낙동강 재첩국’ 지켜온 40년
온천욕과 복국
사설 [전체보기]
도입 한 달 제로페이 정착까지 개선할 점 많다
채용비리 확인 공동어시장, 환골탈태 나서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생계급여 수급 노인과 ‘줬다 뺏는 기초연금’
출산 절벽시대 ‘인구 장관’ 필요하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미술관을 지키는 강아지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집권 3년 차 증후군’ 되풀이 않으려면
‘시민행복지표’ 개발도 좋지만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자연·인간의 합작품 아이스와인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단발령에서 바라본 금강산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