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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새벽 ‘총알’ 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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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낯선 땅에 둥지를 트는 외국인은 상당수가 ‘문화 충격’을 경험한다. 사회환경이 그전에 살던 곳과는 완전히 달라 한동안 적응이 어려워서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느끼는 문화 충격 가운데는 우리나라의 ‘배달 문화’도 포함된다. 자국에서는 배달 가능한 음식이라고 해봤자 피자 정도가 고작이었으나 한국에서는 전화 한통이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방문 앞까지 주문품을 갖다 주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처럼 배달 문화가 활성화된 곳은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대행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배달앱 거래 규모를 3조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2013년의 3347억 원에 비하면 5년 만에 9배 가까이 늘었다. 수년 전 인기를 끌었던 한 이동통신사 광고처럼 갈 방법만 있다면 외딴곳에서도 짜장면을 시킬 수 있다는 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닌 셈이 됐다.

이런 배달경쟁은 전 분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대형 유통업체도 최근 이 대열에 뛰어 들었다. 물리적 한계가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당일 배송’이라는 원칙 아래 고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급기야 이른 시간대에 물품을 가져다 주는 ‘새벽 총알 배송’도 대세로 떠올랐다. 이 덕분에 소비자들은 당일 오후 주문한 식재료 등을 아침 식사 전 받을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새벽 배송이 업체 간 무한경쟁의 결과물이라 진단한다. 가격을 낮추거나 제품의 장점만을 강조하던 기존의 방식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시점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슷한 가격대·품질이라면 주문자가 원하는 시간대에 누가 더 빨리 물품을 갖다 주느냐가 앞으로의 성패를 가를 관건이 됐다.

일부에서는 새벽 배송시장이 원활하게 정착될지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낮시간에 비해 인건·수송비가 많이 드는 바람에 업계로서는 상당한 출혈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게다가 배송이 가능한 품목도 신선식품 위주라는 한계점도 갖고 있다.
반면 업계의 자체 조사를 보면 저녁 시간에 시장 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소비자의 만족도는 썩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가 있다면 공급은 뒤따르게 마련이어서 업체들의 새벽 시장 개척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이유로 어떤 근로자들은 새벽을 반납해야 한다. 그들의 노고에 대한 보상도 이참에 제대로 이뤄졌으면 좋겠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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