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 해상에서 낚싯배가 침몰해 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14명이 탑승했던 무적호는 지난 11일 새벽 파나마 선적의 3000t급 가스 운반선 코에타호와 충돌한 이후 전복됐다. 해양경찰이 실종자 수색을 계속하는 한편 생존자들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 중인 만큼 사고 원인은 곧 규명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조사결과를 보면 이번에도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인재임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가스 운반선 당직사관은 사고 직전 약 4.8㎞ 떨어진 거리에서 무적호를 발견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다가 충돌 직전에야 항로변경을 지시했다. 무적호 역시 육안으로 가스 운반선을 식별한 뒤 속도를 다소 줄였으나 항로를 바꾸지는 않았다. 두 선박 모두 충돌 방지 의무를 소홀히 하다 참사를 부른 셈이 됐다. 게다가 숨진 3명과 구조자 가운데 1명은 구명조끼 착용도 하지 않았다. 선장과 승무원이 사전 점검을 꼼꼼히 하고 탑승객들에게 의무사항 준수를 강력히 요구했더라면 최악의 결과는 초래되지 않았을 것이다.

조과를 올리려 무리하게 운항을 한 것도 사고 발생 이유로 짐작된다. 무적호는 지난 10일 출항 3시간쯤이 지난 뒤 어선법상 의무적으로 설치·작동하도록 되어 있는 위치발신장치와 선박자동식별장치를 꺼버렸다. 해경은 어자원이 풍부한 곳에서 조업을 할 경우 다른 낚싯배가 몰려들 것을 우려해 일부러 작동을 멈춘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코에타호의 해경 신고가 사고 발생 시점보다 30분가량 늦게 이뤄진 점도 신속한 구조를 방해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선상 낚시 인구 증가와 비례해 관련 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2017년의 경우 인천 영흥도 해상에서도 낚싯배가 급유선과 충돌해 15명이 숨지는 등 그해에만 263건의 사고로 105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대부분 안전수칙 미준수와 무리한 운항이 부른 인재였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단속이 우선 필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낚싯배 운영업자와 이용객의 안전의식 확립이다. 이런 황당한 사고가 되풀이되는 것을 하염없이 지켜볼 수만은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