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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부산을 죽여야, 가덕도 신공항이 산다 /차재원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1-14 19:04:55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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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와 한겨레는 2단, 국민일보는 단신, 조선 중앙 등 다른 종합일간지는 아예 취급하지 않음. 지상파와 종합편성 채널 역시 모두 무시. YTN만 앵커만 단신처리. 지난 3일 오거돈 부산시장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선언한 사실상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에 대해 중앙언론은 철저히 무시했다. 반면 국제신문은 1면을 비롯해 3개면에 걸쳐 대서특필했다. 부산일보는 1면 톱기사로 실었다. 달라도 너무나 다른 보도 태도. 불쑥 2016년 6월 21일을 전후한 기억이 오버랩됐다. ‘동남권 관문공항’ 대신 김해공항 확장에 불과한 ‘김해신공항’ 방침이 발표된 그날 겪어야 했던 그 답답함 말이다.

필자는 당시 정부 발표 생중계 직후 방송된 모 종편채널의 긴급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했다. 부산 출신이라는 이유로 맨 먼저 발언순서가 주어졌다. “한마디로, ‘Bathroom Theory’ 아니냐. 표가 급할 땐 마치 해줄 것처럼 했다가 당선된 뒤엔 언제 그랬느냐는 듯 내빼는 행태를 되풀이하는 게 꼭 닮은꼴이다.” 마침 저녁 식사 때라 점잖게 영어로 얘기했지만 ‘화장실 논리’처럼 표변한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를 강하게 질타했다. 그러나 내 편은 없었다. 다른 패널은 하나같이 정부 결정을 옹호했다. 오히려 ‘부산의 이기주의’를 나무라기까지 했다. 다음 날 출연한 지상파 자회사 TV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졌다. 나 혼자 비분강개하고, 다른 패널은 김해공항 확장에 들어가는 4조 원도 아깝다고 윽박지르는 형국이 재연됐다.

2년 반의 세월이 흘렀지만 상황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이젠 아예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물론 지난달 24일 김해에서 열린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 중간보고’가 중앙언론에 일제히 실리긴 했다. 정작 보도의 초점은 김해신공항 문제가 아니었다. 김포공항 보안요원과의 실랑이로 인해 ‘공항갑질’ 논란에 휩싸인 검증단장 김정호 의원에게 맞춰졌다. “(이번 사건엔) 한국공항공사가 김해신공항 반대를 주도해온 나에게 타격을 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보고회에서 김 의원이 음모론을 제기하자 비난 여론이 폭발했다. 이 와중에 중간보고에 담긴 김해신공항의 문제점도, 동남권 관문공항 필요성도 다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냉정하게 봤을 때, 가덕도 신공항은 국민의 안중에 없다. 그렇다고 바뀔 가능성도 거의 없다. 부산시가 민간전문회사와 연계한 ‘대국민홍보기구’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리라. 하지만 현재 부산이 펼치는 홍보논리로는 언감생심이다. 먼저 ‘가덕신공항은 문재인의 약속’. 부산역 1인 릴레이 시위에 등장한 구호다. 2016년 총선 때 “부산에서 민주당 의원 5명 당선”을 전제로 내건 약속 맞다. 그러나 대통령에게 이를 지키라고 공개 압박에 나서는 순간, 김해신공항 문제는 영원히 정치적 미로에 갇히고 만다. 야당은 ‘부산 대통령’, 다른 지역은 ‘차별론’으로 벌 떼처럼 들고 일어날 것이다. 오히려 신공항과 대통령은 ‘사랑하기에 잠시 헤어져야’하는 연인관계처럼 만들어야 한다.

‘신공항=부산발전의 도약대’ 논리도 문제다.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남부권 중추도시, 부산이 물류중심도시로 도약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게 신공항이다.” 허용도 부산상의 회장의 올 신년인사회 말은 부산시민에겐 백 번 옳은 말이다. 하지만 호남주민에겐 어떻게 들릴까. 인천공항을 발판으로 동북아 물류허브를 꿈꾸는 인천시민은 가만히 있을까. ‘가덕도’라면 눈에 쌍심지를 켜는 대구는 벌써 두 팔을 반쯤 걷어붙인 모습이다. 부산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살기 위해서, 부울경 주민보다 우리 국민 전체 삶에 플러스가 되는 가덕도 신공항의 논리부터 개발해야 한다.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교통방송(TBS) 라디오의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오 시장이 출연했다. 청취율 압도적 1위의 인기 프로그램이긴 하나, 어쨌든 서울시가 운영하는 방송국에 부산시장의 등장은 아주 이례적이다. 30여 분간 김해신공항의 불가론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아주 문제가 있다는 걸 이해했습니다.” 초반 다소 퉁명스러웠던 김어준도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뭐래도, 가덕도 신공항의 승패는 국민여론 호응 여부에 달렸다. 그렇다면 오 시장의 파격적 행보는 더 자주 있어야 한다. 단, 홍보논리에서 철저히 부산을 죽여야 한다. 그래야 가덕도 신공항이 산다.

부산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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