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fast food). 식당에서 주문하면 빨리 나오는 음식을 말한다. 우리말로는 즉석식이다. 차에 탄 채로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패스트푸드에는 현대인이 추구하는 극도의 간편함이 집약돼 있다.

세상에서 가장 큰 패스트푸드 식당은 미국 맥도날드다. 확장성은 대단했다. 매장이 세계 121개국에 3만5000여 개나 된다. 1980년대 초 맥도날드가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들어설 때 파리지앵은 미국의 음모라도 숨어 있다는 듯 대대적인 반대 시위를 벌였지만, 저지하지 못했다. 한국 진출 때는 맥도날드가 농민 반대와 반미 정서를 고려해 감자를 국산으로 사용하는 파격(?)을 취해 안착했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첫선을 보인 것은 맥도날드가 아니다. 롯데리아가 1979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에 먼저 들어섰다.

가장 즐겨 먹는 패스트푸드는 역시 햄버거다. 탄생 배경도 재미있다. 원조는 미국이나 유럽이 아니라 몽골의 타르타르 스테이크다. 13~14세기 세계를 지배하던 몽골인이 질긴 말고기를 다져서 먹던 타르타르 스테이크가 유럽에 전파됐다. 타르타르란 그리스 신화의 지옥 타르타로스가 어원인 타르타르인에서 유래한다. 그만큼 유럽인은 몽골을 두려워했다.

독일인은 이 타르타르 스테이크를 구워 먹었고 이것이 1850년대 미국에 전해지면서 함부르크에서 온 스테이크란 의미의 ‘햄버그 스테이크’로 불리게 됐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패스트푸드 ‘햄버거’는 고속도로와 자동차 대량생산으로 맞게 된 ‘마이카’ 시대와 함께 탄생했다. 이후 미국식 자본주의의 상징이 됐다. 패스트푸드는 비만이 인류의 건강에 심각한 위기가 되면서 한때 위기를 맞기도 했다. 섬유질이 부족해 장 안의 독소와 노폐물을 배설하지 못하는 탓에 건강에 악영향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쓰레기 음식이라는 뜻인 ‘정크 푸드’라는 별칭은 이래서 붙었다.

이런 패스트푸드가 미국 백악관 만찬에 오르는 영광을 누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대학풋볼 국가 챔피언십 우승팀인 ‘클렘슨 타이거스’를 초청한 백악관 만찬에 햄버거와 피자를 제공했다.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로 백악관의 요리사들이 쉬고 있어 메뉴를 패스트푸드로 바꿨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국경장벽 예산편성 반대로 인한 셧다운 이슈를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청와대 칼국수 오찬이 오버랩되는 장면이다. 문민정부 시절 군사정권의 권위주의 문화 청산을 위한 이미지 정치에 한몫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순백 논설위원 sbj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