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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강사 수업은 대학 교육의 골격 /차동욱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1-16 19:35:04
  •  |  본지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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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혈당 수치가 높아져 섭취 금지 식품인데도 초코파이를 샀다. 아내에게 “우리 첫 키스하게 만들었던 게임이 생각나서 샀어. 지금 해볼까” 했더니, “단 거 먹고 싶어 별 쇼를 다 하는구나. 안 돼”라는 답이 돌아온다. 초코파이는 대한민국 남자들에게 특별하다. 학교에서, 군대에서, 직장에서, 노인정에서. 나는 이와 조금 다른 초코파이의 맛 하나를 기억한다. 10년 전 서울의 한 대학에서 시간강사를 할 때 맛봤던 애증의 초코파이가 그것이다.

스승의날을 한 주 앞 둔 어느 날, 카네이션을 단 교수들과 학생들의 웃음소리를 뒤로 하고 교실에 들어섰을 때 내가 강의실을 잘못 들어왔나 싶었다. 초코파이 스무 개 정도를 피라미드처럼 쌓고 그 위에 촛불을 켜 스승의날 노래를 부르며 학생들이 들고 오는 것이 아닌가.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웠다. 이후 며칠 전 치른 중간시험 결과를 궁금해 할 학생들에게 빨리 점수를 알려주려고 밤늦게까지 채점한 후 인터넷으로 공지했다. 하지만 이틀 뒤 강의실 분위기는 다시 한번 내가 강의실을 잘못 들어왔나 착각하게 만들었다. A+를 받은 소수의 학생을 제외하고는 전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래도 수업에 최선을 다했다. 학기가 끝나고 학생들의 강의평가 확인 기간에 읽은 몇몇 학생의 표현은 내 가슴에 못질을 했고, 다시는 그 대학에 강의를 가지 않았다. 그 표현은 “나는 이래서 강사 수업이 듣기 싫다”였다. 이전 학기에 다른 세 개 대학에서 똑같은 내용의 강의를 했는데, 강의평가가 5점 만점에 4.5 이상의 고공행진을 할 정도로 좋았다. 그래서 이 대학에서도 좋은 강의평가를 받으면 자축하며 먹으려고 초코파이를 아껴두었는데, 다 버렸다.

내 애증의 초코파이 사례는 강사들이 겪는 많은 비애 중 아주 경미한 예에 불과할 것이다. 그 비애들을 그나마 조금이라도 달래 줄, 일명 ‘강사법’이 올해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핵심은 강사 임용기간 1년 이상 보장, 방학 동안 월급 지급, 퇴직금 보장, 건강보험 가입 등이다. 그런데 대학들은 돈이 없다고 강사 수업을 아예 없애고 있고, 정부도 사실상 관망만 하는 상황이다. 학생 수 줄어든다고 교수도 안 뽑고 강사 수업도 없애면 학생들에게 뭘 어떻게 가르치라는 말인가.

대한민국은 인적 자원을 기반으로 온갖 풍파를 헤쳐 나가는 국가이다. 대학교육은 그 인적 자원의 능력을 전문화하고 혁신하며 사회의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기능을 한다. 대학의 강사 수업은 이러한 대학 교육의 골격을 구성하는 요소이다. 강사 수업의 보장은 강사의 생존권 보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문 후속세대 양성의 기반이 되고, 대학생의 다양한 학습권 보장의 문제이다. 신진학문세대라는 특징과 함께 온갖 학사 행정의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강사 수업은 급변하는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개별 학문분야의 고전적 주제와 새로운 분야를 연결시키고, 원론과 세부적이고 전문적인 각론을 잇는 교육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교육 공간이다.
돈이 없는가. 교육부는 온갖 영어 약자 이름을 붙인 교육 사업을 미끼로 대학들을 줄 세워 왔다. 대학들은 그 돈을 받으려고 화려한 사업신청서를 제출하고 선정되면 그걸 홍보 수단으로 사용했다. 그 사업들의 취지는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정말 좋은 교육이 제공됐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었는가. 대학에 종사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회의적일 것이다. 수조 원에 달하는 교육부의 각종 대학지원사업 예산들을 포장만 화려하게 해놓은 교육프로그램에 낭비하지 말고 대학 교육에 필요하지만 교수들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수업의 강사료를 지원하는 데 써야 한다. 교육부가 시대 변화에 맞춰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대학 교과목과 각 대학이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재직 교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교과목들을 취합·심사·선정한 뒤 교육부에서 직접 집행하고,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교육부 시스템에 직접 만족도를 평가하도록 해야 한다. 단, 강사 개인에 대한 평가보다는 수업의 존속 가치에 대한 평가를 하도록 평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동의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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