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의 전체 취업자는 줄었는데 반대로 초단기 근로자 수는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본지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주당 1~17시간 일하는 취업자가 작년엔 10만200명으로 2017년 9만 명보다 11.3%나 증가했다. 이 수치가 10만 명을 넘은 것은 1989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같은 기간 전체 취업자 수는 165만7000명으로 오히려 전년보다 1.7% 줄었는데도 이렇다.

이 같은 일자리 질의 저하는 이미 예견됐었다. 부산만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최저임금이 2018년 16.4%, 2019년 10.9%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하고 최저임금 산정에 주휴시간 산입 등이 명문화되는 동안 끊임없이 경고음이 울렸던 일이다. 급격한 인건비 상승을 감당하지 못한 소상공인들이 아르바이트생 숫자를 줄이거나 주 15시간 이상 근무 때 지급하는 주휴수당을 피하려 1인당 근로시간을 쪼개는 편법을 사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고, 이것이 초단기 근로자 급증이라는 수치로 확인됐을 뿐이다.

정부도 이런 부작용을 의식해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등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내놓긴 했다. 그러나 기업인 소상공인 노동자 정치권 등 거의 모든 이해 당사자와 결정권자들이 각자의 이유로 정부안에 반대하고 있고, 설령 바뀐 구조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되더라도 적용은 내년부터라 현 상황을 당장 개선시킬 순 없다. 초단기 취업자가 대부분 아르바이트생이고 이들의 고용주 또한 영세 자영업자이고 보니 현장을 무시한 정책이 결국 을과 을의 갈등만 부추기고 을들을 최대 피해자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약자를 위한다는 정책이 그 약자를 더 어려운 처지로 몰아붙이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된다. 각 이해 당사자의 의견과 사정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정부가 중심을 잡아야 할 문제이다. 정부는 12년 전 비정규직 보호를 위해 만든 법이 오히려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역설을 만들었던 선례를 기억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 조절, 우선순위 조정 등을 현실에 맞출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