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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큰 탓이옵니다 /원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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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1-22 19:26:47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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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 관련 뉴스를 보면서 오래전 해외연수와 관련된 일이 떠올랐다. 필자가 학생 선발·홍보·국제협력 등의 업무로 학교 경영에 참여하던 때의 일이다. 2000년대 이전까지는 학생들에게 주로 전공 및 실무역량을 강조하면서 대학생이 갖춰야 할 소양으로 전공 전문성을 중시했으나 2000년대부터는 시대 변화와 학생들의 새로운 니즈에 맞춰 ‘국제화’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 외국 대학과의 교환학생 및 복수학위제도 운영, 해외 어학연수 등이 주된 프로그램이었다. 국제협력 분야 책임자였던 필자도 소속 대학의 특성과 정체성에 맞는 차별화된 국제화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고, 고민 끝에 2006년 국제임상실습과 해외문화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내놨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의 의료·보건계열 학과들은 이전에는 국내 병원에서 임상실습을 필수로 했다. 이것을 선진국 병원으로 확대해 국제임상실습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전공이나 학과와 관계없이 해외취업 활성화를 위해 학생들은 스스로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체험 주제와 체험 국가를 지정해 프로그램을 기획해 발표했다. 교수들은 이를 심사해 비용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했다. 당시 지방대학에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던 터라 자신 있게 학생들에게 프로그램을 공개했고, 학생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아 도입 첫해에 경쟁률이 무려 5 대 1이 넘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 프로그램은 지금도 학생들에게 인기 있다.

학생들의 제안서와 발표를 평가할 때 인터넷을 통해서도 가능한데 정보를 얻으러 왜 굳이 직접 가야 하는가, 영어 또는 체험국의 언어 구사 능력을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는가, 방문하려는 기관이나 만나려는 현지 전문가와의 약속이 어느 정도 구체적인가가 핵심이었다. 학생이다 보니 교수들이 기대하는 수준보다는 다소 못 미쳤지만 교수들은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들을 기쁜 마음으로 격려하며 체험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한 것은 그들이 배우는 학생이기 때문이었다. 학생이기 때문에 부족한 것이 당연하고, 배우는 것이 주업인 학생이기에 점점 나아질 것을 기대하면서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마땅하다. 교수들이 기대하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면 그들은 학생이 아니라 이미 교수나 전문가인 것이다.

예천군의회 의원들의 미국·캐나다 해외연수 사건으로 돌아가 보자. 추태와 폭행 사건은 부끄러워 차마 말하고 싶지도 않다. 그냥 해외연수에 대해서만 생각해보자. 의원들의 관광성 해외연수가 어찌 어제오늘의 일이며, 예천만의 일일까. 국회의원이 앞장서 이끌고, 광역의원이 중간에서 허리 역할을 하면서 기초의원에게까지 잘 연결해준, 오랫동안 뿌리 깊게 만연해있던 그들만의 악습 아니었던가. 학생들은 자신들이 낸 등록금으로 만들어진 예산임에도 불구하고 치밀하게 자료를 조사하고 기획해야만 5 대 1 이상의 경쟁을 뚫고 해외문화체험단으로 선발돼 예산을 지원받는 데 반해 의원들은 자기 돈도 아니면서 누가 봐도 효과가 없을 관광성 해외연수를 위해 스스로 예산을 책정하고 정당화해 단 한 건의 탈락 없이 통과시키니 학생들 보기에도 민망하기 그지없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스타였고 이제는 훌륭한 해설자로 변신한 모 인사가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보여주는 자리’라고 말한 것이 기억난다. 옳은 말이다. 월드컵에 출전하는 선수는 학생대표도, 클럽대표도 아닌 바로 국가대표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의원은 배우는 학생이 아니다. 국회든 광역단체든 기초단체든, 의회의 의원이라면 경험하거나 배우는 자세로 일하면 안 된다. 배우는 것은 의원이 되기 전에 이미 끝냈어야 하고, 의원이 된 이후에는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기만 해야 한다. 보여줄 것이 없으면 의원이 되기를 아예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이 또한 어찌 의원들만 책망할 일일까. 해외연수를 하지 않으면 의정활동을 할 수 없는 무지한 그들을 대표로 뽑은 우리의 잘못 아니던가. 가톨릭 미사 중에는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의미로 가슴을 치며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큰 탓이옵니다”라며 고백하는 순서가 있다. 다음 선거를 위해서라도 지금 이 순간 우리 모두가 절치부심하며 읊조려야 할 말이다.

부산가톨릭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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