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내 유명 음식평론가와 누리꾼 사이에서 ‘조선 시대에도 외식문화가 존재했는지’를 두고 설전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이 평론가는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우리의 외식문화 발달사를 보면 일제강점기에 시작된 것이 많다”며 조선 시대에는 딱히 이 범주에 들어가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논조의 발언을 했다.

이런 주장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이런저런 옛 문헌을 들이대며 맞불을 놓았다. 대표적인 게 조선 말 문신인 최영년(1856~1935)이 쓴 ‘해동죽지’에 등장하는 ‘효종갱(曉鐘羹)’이다. 배추속대와 콩나물, 송이버섯 등을 넣어 끓인 일종의 해장국으로 경기도 광주 사람들이 밤새 만들었다가 새벽에 한양성 출입 금지 시간 해제를 알리는 종이 울리면 이를 양반 댁에 갖다 줬다고 기록되어 있다. 일종의 배달음식인 셈이다.

김홍도가 그린 ‘풍속도 8첩병풍’ 가운데 하나인 ‘설후야연(雪後野宴)’도 조선 시대 외식문화가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활용된다. 그림에는 흰 눈이 쌓인 소나무 주위에서 여러 명의 남녀가 돗자리에 앉아 화로를 이용해 고기를 구워 먹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일부 박물관에 남아 있는 조선 시대 대나무·소나무 도시락 역시 그 당시에 외식이 어느 정도 이뤄졌음을 방증하는 근거로 거론된다.

조선 시대와 달리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 달러를 넘어선 우리나라에서는 집 밖에서 음식을 즐기는 게 이제 문화의 한 형태로 굳건히 자리잡았다. 1960, 70년대만 해도 외식품목이라면 짜장면이 고작이었으나 지금은 종류를 헤아리기 힘들다. 그러나 올해는 불황 때문에 외식문화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 1분기 외식산업 경기전망지수는 71.21에 그쳐 기준점 100에 턱없이 모자랐다.

외식빈도와 비용도 동반 하락할 조짐이다. aT가 전국 20~69세 성인 3014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보면 지난해 월평균 외식빈도는 20.8회, 비용은 29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도의 월평균 21.8회, 30만3854원에 비해 줄어든 것인데 올해는 그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불황이 이어지면 소비자들은 대체로 의복비, 문화·레저비, 외식비 등의 순으로 지출을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맨다고 한다. 이 말이 진실이라고 가정한다면 외식경기전망지수 하락은 우리 경제 위기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뜻도 된다. 밖에 나가서 음식 사먹지 않는다고 설마 죽기야 하겠는가만 이래저래 암울한 소식만 들리니 걱정스럽기는 하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