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논란을 빚어 온 부산항 제2 신항이 경남 진해 쪽으로 사실상 정해졌다는 소식이다. 그간 부산시는 가덕도 동쪽을, 경남도는 진해 제덕만 일원을 각각 후보지로 내세워 제2 신항 유치 경쟁을 벌여오다 양측 간 협의 끝에 이같이 가닥을 잡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다음 주 상호 업무협약을 맺는다고 한다. 제2 신항의 행정구역은 경남이지만 명칭은 부산신항을 그대로 사용하고 경남 측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하니, 양측이 큰 마찰 없이 현안을 해결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 같은 합의 결과는 일단 양측의 이해득실을 떠나 부산·경남의 상생 측면에서 의미가 크고 바람직한 현상이다. 주지하듯이 양측은 10년 전 부산신항의 명칭을 두고 장기간 대립하며 법적 소송까지 벌였다. 그래서 이번에도 비슷한 갈등 양상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았던 게 사실이다. 당초 지난 연말 해양수산부의 제2 신항 입지 결정이 연기됐던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해수부로서는 어느 쪽을 선정해도 탈락한 지역의 반발과 불만을 사게 되니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두 시·도가 비교적 수월하게 타결에 이른 것은 제2 신항을 놓고 인접 지자체끼리 갈등을 일으키면 서로 득이 될 게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 입지와 명칭을 하나씩 양보한 것에서 그런 의지가 읽힌다. 물론 부산으로서는 13조~18조 원대의 사업비에다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초대형 국책사업을 놓친 것이라 아쉽고 안타깝다. 당장 부산의 관련 시민단체에서 부산시가 제2 신항의 경제적 가치를 간과하고 여론수렴도 없이 양보했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하지만 동남권 상생 협력이란 큰 틀에서 볼 때, 한쪽의 이해만 고집해서는 ‘윈윈’하기 어렵다. 더구나 동남권 관문공항에 목이 타는 부산으로서는 경남의 협조가 필요한 처지다. 따라서 제2 신항의 합의 정신을 신공항 재추진이나 낙동강 물 문제 해결 등의 지렛대로도 삼을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지자체 간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일수록 광역적 발전전략으로 접근하는 게 현명하다. 그 점에서 경남 측도 제2 신항 건설·운영 과정에서 부산과의 상생 협력을 발휘하는 게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