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하늘을 같이 이고 살 수 없다는 듯이 으르렁대다가도 공통이익에 직면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똘똘 뭉친다. 여야 국회의원들의 ‘기득권 동맹’에 관한 얘기다. 지난해 3월 광역·기초의원 수를 각각 27명과 29명 늘릴 때 그랬다. 진정 지방정치를 개혁하려면 지방의원 증원에 앞서 정당공천제부터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아랑곳없었다. ‘풀뿌리 민주주의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자신들의 ‘친위조직’을 보강하는 데 뜻을 두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2014년에도 그렇게 광역·기초의원이 모두 34명 늘어났다.

여야 의원들은 지난해 5월 국회 본회의에선 자못 뜨거운 동료애를 발휘했다. 사학재단 공금 횡령 혐의와 강원랜드 채용비리 혐의로 각각 구속영장이 청구된 자유한국당 홍문종·염동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것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체포 가결을 주장했으나 정작 투표 때는 20명 이상의 의원이 부결로 돌아섰다. 자신들이 그런 상황에 처할 경우를 대비한 보호조치였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법정시한을 6일 넘긴 가운데 올해 예산안을 처리할 땐 단단한 기득권 동맹을 과시했다. 고용 한파 속에 일자리 예산을 4000억여 원이나 삭감해놓고 정작 국회의원 세비는 1.8% 인상한 것이다. 국회의원 세비는 지난해에도 전년보다 2.6% 올라 2년 연속 인상 행진을 이어갔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한국당 김성태 당시 원내대표 등 여야 실세 의원들은 지역구 예산을 늘리는 데도 기민한 연대의식을 보였다.

이들 거대 양당은 소속 의원들의 재판거래 의혹을 덮는 데도 묵약을 한 듯하다. 사법 농단 사건으로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는 민주당 서영교·유동수 의원과 전병헌 전 의원, 한국당 홍일표 의원과 이군현·노철래 전 의원이 나온다. 서 의원은 국회 파견판사를 통해 사법부에 재판 중인 지인 아들의 선처를 요청했고, 홍 의원은 ‘양승태 행정처’로부터 자신의 민형사 사건들을 검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이라면 사법 농단에 입법부도 연루돼 있다는 증좌이자,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중대 범죄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두 당은 진상 공개는커녕 일언반구의 언급조차 없다. ‘재판거래 은폐 카르텔’이라는 비판을 살 만하다.

이래서야 어찌 국민의 대표라고 할 수 있을까. 국민의 대표답게 처신할 수 있도록 이름과 실질을 일치시키는 ‘정명(正名)’ 운동이 절실하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