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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국제신문과 이병주 그리고 군사독재 /최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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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1-30 19:24:22
  •  |  본지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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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조선학생 징병 유예 폐지로 학병제가 강제로 실시되면서 중국 소주(蘇州) 땅 일본군 60사단 치중대에 배치됐던 경남 하동사람 이병주는 일본 폐전 후 상해에 머물던 중 1946년 3월 3일 미군정청이 보내온 LST를 타고 부산에 도착했다. 이후 이태 동안 모교인 진주농림학교에서 영어 교사를 하다 1951년 5월 해인대학(경남대)을 거쳐 국제신보로 자리를 옮긴 게 1955년이었다.

논설위원, 편집국장, 주필 등을 거치면서 비로소 필력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단 한 번도 교사다운 위신을 펼쳐보지 못했다”던 이병주가 ‘인생 최고의 현실’에 닿은 것이었다. 사설 칼럼 등을 총망라하여 이른바 대설(大說)을 일삼는 글쓰기에 나섰다. ‘이병주칼럼집(1979년)’에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적고 있다. ‘내 인생 가운데 이 시기를 가장 아름답게 회상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

그의 현란한 레토릭으로 무장된 문장들은 거침이 없었으나 시대의 암울함을 피해갈 수가 없었다. ‘나에게 조국은 없다. 다만 산하가 있을 뿐이다’. 이 짧은 문구 하나로 5·16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술친구의 비위를 건드려 그는 10년 형을 받고 2년7개월을 복역했다.

1960년 박정희가 부산군수기지사령관이었던 시절, 두 사람은 절친한 술친구였다. 이른바 필화사건으로 고통을 겪은 후 그는 언론인 이병주에서 대한민국 큰 작가 이병주로 재탄생했으니, 이는 암울한 시대가 만들어낸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장면 2

‘이 신문이 마지막 국제신문입니다. ‘讀者여 안녕 / 創刊 33년 2개월 25일 紙齡 제 10,992호로 終刊 / 波瀾萬丈의 시대에 역사의 기록자임을 확신하며 / 구독자 여러분과 함께 숨쉬어온 全社員 고별인사’. 국제신문 5층 편집국 입구 복도 액자에 걸린 마지막 신문(1980년 11월 25일 자) 1면의 메인 제목이다.

12·12 군사반란과 5·17 내란을 통해 불법적으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은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기자를 급파해 ‘시민은 폭도가 아니다’라고 유일하게 보도한 국제신문을 잊지 않고 강제 폐간시키고 만다. 당시 부산 경남의 최고 유력지였던 국제신문은 덩치가 작은 신문사로 흡수 통합되는 비운을 겪는다. 이는 정론직필을 두려워한 신군부 세력의 ‘언론통폐합’이었다.
총칼로 권력을 찬탈한 이들에게 정직한 펜은 가장 두려운 존재였을 터. 국민의 눈과 귀를 막을 유일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못난 자들이 못된 것만 배운다고 했던가. 5·16쿠데타로 군사독재를 시작했던 박정희가 자행했던 방법 그대로, 아니 그보다 더 교활하게 자행되었던 것이다. 이른바 ‘건전한 언론 육성과 창달을 위한 결의문’을 통해 신문사의 통폐합, 상업방송에서 공공방송 체제로의 전환, 국내외 뉴스를 공급하는 새로운 통신사의 조속한 설립 등을 결의했다. 이는 신군부의 시나리오에 의한 의도적 언론탄압이었으며, 군사독재 정권만이 취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탄압이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은 마침내 6·29항복선언으로 이어졌다. 6·29선언문 제5항에는 ‘언론기본법 폐지 및 언론자유 보장’과 함께 ‘언론을 장악할 수도 없고, 장악하려고 시도해서도 안 된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이를 토대로 신군부로부터 강제 폐간된 국제신문도 마침내 1989년 2월 1일 복간호를 내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렇듯 ‘장면 1, 2’는 국제신문만이 겪은 불행한 일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슬픈 역사이기도 해 씁쓸함을 떨칠 수 없다.

1980년 11월 25일 “그동안의 격려, 길이 잊지 말아 주십시오” 라고 종간 인사를 했던 신문은 1989년 2월 1일 복간호의 복간사에 ‘인간중심의 민주사회로’를 모토로 내세웠다.

두 번의 군사독재 치하에서 주필 구속과 폐간이라는 수난과 고통을 겪은 국제신문, 그 여정이 새로울 수 있는 것은 모든 이의 눈물 때문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제 신문은 그야말로 파란만장의 시대를 헤쳐, 2019년 2월 1일 자로 복간 30돌을 맞는다. 국제신문이 ‘인간중심의 시대’를 활짝 열어가기를 기대한다.

시인·이병주문학관 관장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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