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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 칼럼] 개념도 정리 안 된 ‘4차 산업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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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1-31 19:21:20
  •  |  본지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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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지금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로 후끈 달아올라 있다. 정부와 기업은 물론 전문가들 역시 4차 산업혁명 알기와 알리기에 정신이 없다.
   
도대체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일까. 무엇을 하자는 것일까.

방송과 신문에서 그렇게 많이 설명했지만 보통 사람들, 심지어 기업인들조차도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이냐고 아직도 물어본다. 이들의 잘못일까. 아니다. 애당초 4차산업이라는 애매한 단어를 사용한 것이 문제다. 이 단어가 처음 사용된 곳은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다. 다보스 포럼은 디지털 기술을 다른 산업기술, 이를 테면 바이오나 기계기술 등에도 융합시키는 것을 4차 산업혁명이라고 정의했다. 4차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기술의 역사를 기계화로 인한 산업혁명(1차), 전기로 인한 산업혁명(2차), 컴퓨터와 디지털화로 인한 산업혁명(3차)으로 설명하면서 최근의 산업혁명에 대해 4차라는 단어를 붙였기 때문이다. 이 용어를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한 나라가 한국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을 해야 4차 산업혁명을 완수할 수 있다는 말인가. 혹자는 전기차나 수소차를 잘 만드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이라고도 말한다. 오해하지 말자. 이런 식이라면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것을 선도적으로 만드는 산업혁명’을 의미하는 이상한 구호가 된다.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다보스가 말한 4차 산업혁명에 가장 앞서 있는 국가는 독일이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 대신 ‘인더스트리 4.0’ 또는 ‘디지털 4.0’이라는 단어를 쓴다. 그리고 그 핵심을 ‘스마트팩토리’에 두고 있다. 이 말들도 언뜻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그래도 무엇을 하자는 목표가 분명하다. 독일의 모든 공장은 디지털 기술로 무장시켜 스마트하게 하자는 것이다. 미국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다. 굳이 단어를 사용하자면 ‘스마트 소사이어티’정도다. 미국 사회를 디지털로 재무장시켜 보다 편리하게 만드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공장이나 사회를 완성시키려면 핵심기술이 필요하다. ICBM이다. I는 IoT(사물인터넷), C는 Cloud(가상저장공간), B는 Big Data(대용량데이터), 그리고 M은 AI(인공지능)라고 불리는 Machine Learning(기계학습)을 말한다(경우에 따라서는 Moblie 즉 스마트폰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요소 기술들은 초연결(IoT로 인해 사물과 사물이 무한대로 연결되는 것), 초저장(Cloud라는 가상공간에 무한데이터를 저장하는 것), 초데이터(Big Data라는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대상으로 하는 것), 그리고 초학습(Machin learning, 즉 AI라는 기계의 힘을 빌려 인간을 뛰어넘는 학습을 하는 것)이라는 현상을 만들어 낸다.
독일과 미국의 목표는 ICBM 기술을 활용해 다른 나라들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초경쟁력을 갖는 기업이나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독일은 스마트팩토리에 목숨을 걸었다. 단순한 공장자동화가 아닌 공장 내 기계들이 서로 소통하면서 만들어진 엄청난 데이터를 기계학습을 통해 분석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혁명적 공장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이런 공장은 첨단산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독일의 모든 재래식 공장에도 적용된다. 이를 통해 독일 제조업이 세계를 군림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은 한 발짝 더 나갔다. 좋은 본보기가 자율주행차다. IoT라는 소통기술을 자동차에 붙이고 자율주행에 필요한 엄청난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인간에게 극단의 편리를 제공하는 자동차운행 사회를 만들어보자는 거다. 이 기술이 완성되는 순간 미국에서 팔리는 모든 자동차는 자율주행기술을 탑재해야 한다. 문제는 다른 나라들이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기술개발을 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이들 나라가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려면 엄청난 로열티를 물고 이 기술을 장착해야 한다. 미국은 이런 방식으로 새로운 자동차 패권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떠한가. 독일과 미국이 그들만의 노림수를 가지고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제대로 된 개념조차 없이 혼란에 빠져 있다. 기껏 한다는 것이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주느냐 느느냐의 이상한 논쟁만 하고 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생존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4차 산업혁명이라는 애매한 단어가 잡아주지 못해서다. 앞서 설명한 대로 독일과 미국은 ICBM 기술을 제조업(독일식)에 그리고 사회(미국식)에 적용해 국가의 경쟁력을 극대로 끌어 올리는 것이 전략적 목표다.

분명히 이해하자.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새로운 디지털화에 있다. 과거의 디지털화가 컴퓨터와 같은 하드웨어적 관점에서 인간을 보조하는 것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ICBM이라는 신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역량을 뛰어넘는 초일류 기업이나 국가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도 바꾸자는 것이다. 컴퓨터 언어인 코딩교육을 어렸을 때부터 가르쳐 신디지털 기술을 누구나 습득하도록 하자는 거다.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다.

   
스마트팩토리로 무장하여 엄청난 생산성을 올리는 기업들을 그렇지 못한 기업들이 이길 수 없다. ICBM기술로 새로운 사회를 만든 국가는 다른 나라를 지배하게 된다. 미국을 들여다보자. 미국에서는 공유경제와 자율주행차 개념이 복합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태동 중이다. 이게 기정사실이 되는 순간 세계의 자동차 업체들은 미국의 공유경제기업들의 하청업체가 된다. 지금은 일반인이 자동차를 사지만, 이들 업체가 제공하는 자율주행차를 빌려 타는 시대가 오면, 자동차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주체는 공유경제기업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ICBM기술에 숨어 있는 것이다. 이런 일들이 멀지 않았음에도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애매한 단어로 인해 국가와 기업 그리고 국민이 나아갈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걱정되는 이유다.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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