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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칼럼] ‘반려동물’ 수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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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2-07 19:17:20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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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찌하여 이곳에 오게 되었느냐.” 견공(犬公)들의 저승 세계를 관장하는 염라대왕 ‘블랙 불도그’는 왕방울 눈을 부라리며 묻는다.
   
“주인이 저를 길가에 버리는 바람에…. 다시 말씀드려 저는 유기견이에요. 한 몇 년 저를 귀여워해주더니 어느 날 갑자기 저를 버렸어요. 추위와 배고픔에 며칠 산과 도로를 헤매다가 트럭에 치여 그만 이곳에 오게….” 하얗고 귀엽기 짝이 없는 ‘몰티즈’는 벌벌 떨며 답한다. “거짓말하지 마라. 친구에게 버림을 받다니. 이 세상에 친구를 버리는 친구는 없다.” 염라대왕은 눈을 더욱 부라리며 꾸짖는다. “네에!” 몰티즈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너희 견공은 사람들의 반려동물 아니더냐.” 염라대왕은 표정을 누그러뜨리며 말한다. “예에, 그렇습죠.” 몰티즈는 여전히 어리둥절하다. “쯧쯧…, 내 그래서 하는 말이다. 반려란 ‘짝이 되는 동무’란 뜻이다. 그러니 대단한 친구를 뜻한다. 동무 사이란 평등하고 상호적인 사이이다. 음, 그러니까 네가 사람의 반려동물이면 사람은 네게 ‘반려동물’이다. 뭐,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들이 좀 기분 나빠할 수 있을 것 같아 바꿔 말하면, 너는 사람의 ‘반려견’이고 사람은 너에게 ‘반려인’이다. 알아 들었느냐.”

“아 예!” 몰티즈는 뭔가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니까 너의 반려동물, 아니 반려인이 너를 버렸을 리 없다고 하는 것 아니냐. 네가 거짓을 고하고 있는 게지.” 몰티즈는 화들짝 놀라며 답한다. “대왕님, 동무 사이에서 그러면 절대 안 되지만, 그런 동무도 있잖겠습니까.” 염라대왕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네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네가 동무에게 버림받았다는 건 네가 동무에게 엄청나게 못된 짓을 했음을 방증하는 것일 수도 있거든. 그리고 거짓말로 슬쩍 넘어가려는 네 놈 심보가 더욱 괘씸해서 지옥의 맨 밑바닥으로 보내야겠다. 여봐라.”

몰티즈가 끌려가며 애원한다. “대왕님! 저는 주인, 아니 반려동물, 아니 반려인이 하라는 대로만 했어요. 제가 결정한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가 살라는 데서 살고, 먹으라는 것 먹고, 똥오줌 싸라는 데서 싸고, 자라는 데서 자고, 놀자고 하면 싫어도 놀아 주고, 여자 친구와 사랑을 나누는 일도 그가 허가해야만 했어요. 저는 아무 잘못이 없어요. 제발….”

저승에서 이승으로 돌아와보자. 전문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이 1000만 명이 훌쩍 넘었다고 한다. 그 가운데 반려견이 대다수인데 정확한 숫자는 통계 내기도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의식과 언어의 변화다.

우리나라에서 반려견 또는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애완견 또는 애완동물이라는 말을 몰아냈다고 한다. 실제로 애완동물이라는 말은 거의 쓰지 않는 것 같다. 애완에서 반려로 사람들의 말과 의식은 빠르게 변화해온 것이다. 반려인으로서의 마음 씀씀이와 행동이 이와 함께 하는지는 매우 의심스럽지만 말이다.

반려동물(companion animal)이란 말은 1980년대 초 서양에서 나온 용어다. 애완(pet)에 담긴 ‘사람의 장난감’이라는 뜻을 넘어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이라는 의미로 의식 전환을 시도했던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서양에서는 이 말을 일상생활에서 거의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반려문화가 발달한 영미권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펫’이 일반화되어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함께 사는 동물을 반려자로 대하려는 노력의 역사가 더 길다.

필자가 영국에 있을 때 헌책방에서 양장이 잘 되어 있는 책을 샀는데, 그것은 19세기 말 발간된 ‘개들에게 바친 시’ 모음집이었다. 그 안에는 ‘개들의 영혼’에 대한 송시(頌詩)도 있다. 서구인들은 지금까지도 함께 사는 동물을 ‘애완’이라고 부르지만 ‘반려’의 역사가 깊다. 따라서 말이 앞서가는 데 비해 행동은 따르지 못하는 문제는 우리보다 훨씬 덜하다. 의식과 행동의 괴리가 덜한 것이다. 자기모순에 따른 양심의 가책도 덜하다.
우리는 정반대다. 반려동물의 기치 아래 애완동물을 위한 최저 수준의 배려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개인적 차원에서나 최근 있었던 동물권단체 ‘케어’의 복잡한 사건의 경우에서나 마찬가지다. 말이 너무 앞서니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종잡을 수 없는 형국이다.

반려동물 문화를 정착시키려면 인간으로서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불도그 염라대왕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스스로 ‘반려동물’이 될 각오를 해야 한다. 반려문화를 제대로 정착시키려면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저 남들이 키우니까 나도 키우고 옆집 아이가 귀여운 강아지와 논다고 내 아이에게 사줘야겠다고 하는 자세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여기에 최근 서구에서 일고 있는 변화를 주시할 필요도 있다. 인간의 삶에서 반려동물을 유지하는 것 자체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Should we stop keeping pets?). 우리보다 훨씬 더 오랜 반려동물 문화의 역사를 가진 그들이 애완동물이든 반려동물이든 인간 삶에서 그런 전통을 유지하는 것을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고 심각하게 논의하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의 마음이 괴롭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윤리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동물의 자유와 자결권을 거론하는 순간, 인간 윤리 체계의 근간부터 뒤집어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그들도 반려동물 문화를 유지할 도덕적 자신감이 없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비하면 현재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반려동물을 양산하고 구매하고 폐기하고 있다는 섬뜩함을 금할 수 없다. 오히려 반려동물 문화를 주장하는 데 너무 자신만만하다. 책임질 자신이 없으면 시작하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한데도 말이다. 불도그 염라대왕의 말이 단순히 모욕으로만 들린다면 우리는 반려동물 문화에 대해 아무런 논의도 할 수 없다. 반면 그것을 우리 의식에 근본적 반성의 계기로 삼는다면 혼란스럽기 짝이 없는 반려동물 수난 시대에 우리 삶 속 동물의 삶에 관한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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