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국형’ 감염병인 홍역이 유행하면서 전국이 때아닌 비상이다. 지난해 12월 말 경북 대구에서 시작된 홍역이 수도권 등지로 확산하면서 지금까지 환자가 43명으로 늘었다. 이처럼 홍역 환자가 급증한 것은 해외 유입 영향이 크다. 해외여행객이 늘면서 홍역뿐 아니라 수두 말라리아 뎅기열 장티푸스 등도 증가세다. 지역별로 보면 대구 17명, 경기도 안산·시흥 등지 19명, 서울 4명, 인천 1명, 전남 1명, 제주 1명 등이다. 2002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법정 2종 전염병인 홍역은 바이러스로 전염되는 급성열성질환이다. 전염성이 매우 강해 면역력이 없는 사람이 노출되면 90% 이상 감염된다. 특히 겨울철 건조할 때 발병률이 높다.

피부 발진으로 얼굴이 발갛게 변하는 홍역 증상은 10~12일 잠복기를 거쳐 나타나며 감기와 유사한 증상으로 기침 결막염 발열 등이 동반된다. 이후 발진기에는 홍반성 구진성 발진(비수포성)이 목 뒤, 귀 아래에서 시작해 몸통, 팔다리 순으로 퍼지고 서로 융합되는 양상을 보인다. 심할 경우 환자의 4%에서 (모세)기관지염, 기관지 폐렴 등 호흡기 합병증이 나타난다.

홍역은 2006년 이후 사라진 ‘후진국형 감염병’이다. 2000년 3만2647명, 2001년 2만3060명이 발생했다. 정부는 2001년 전국에 홍역일제예방접종을 실시했으며 그후부터 2차 예방접종을 의무화했다. 그 결과 2002년 환자 수가 62명으로 줄었고 2006년 11월 홍역 퇴치선언에 이르렀다. 2014년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퇴치 인증도 받았다. 홍역이 퇴치됐다 해서 국내에 환자가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토착화된 ‘한국형’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없다는 의미다. 실제 홍역 퇴치 인증 후에도 해외 감염자가 유입돼 매년 20명 미만의 환자는 꾸준히 있었다.

국내에서 홍역환자가 갑자기 늘어난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최근 2년간 유럽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홍역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WHO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22만9068건의 홍역이 발생했다. 2017년 대비 32% 증가한 수치다. 이번에 홍역 환자가 집단 발생한 대구와 경기도에선 주로 필리핀 등 동남아에서 유행 중인 바이러스(B3형·D8형)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개별 환자 역시 베트남 필리핀 태국 대만을 다녀온 여행객이었다.

둘째, 2001년 이후 2차 항체 예방접종을 의무화해 항체를 가진 사람이 90% 이상이라고 하지만 문제는 자연감염에 의해서는 100% 항체가 생기지만 예방접종은 조금 다르다. 2차 예방접종을 하더라도 일부에선 항체가 생기지 않을 수 있고, 홍역백신(MMR)이 자폐증을 유발시킨다는 터무니없는 소문 때문에 일부에선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실제 국내 홍역환자 43명 중 2명만이 MMR 2회 접종을 했고, 나머지 41명은 접종을 하지 않았거나 불완전 접종이나 접종력을 모르는 경우였다.

마지막으로 예방접종을 안 했을 가능성이 있는 사각지대 연령대도 있다. 국내 홍역 항체는 1967년생 이전에는 거의 대부분 자연감염이나 예방접종을 했던 간에 항체가 다 있는 걸로 확인된다. 하지만 1968년부터 2001년 2차 항체 예방접종을 의무화하기 5, 6년 전에 태어난 세대는 예방접종을 잘 안 했거나 홍역에 걸리지 않은 사람은 항체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주로 발생하는 연령대가 20, 30대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2차 예방접종을 한 경우 일부 홍역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증상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생후 12~15개월과 만 4~6세에 2회에 걸쳐 접종하면 된다.

홍역 발생지역 아이들의 경우 6개월에서 12개월 전이라도 접속 간격을 최소화하는 가속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가속접종을 했더라도 1세, 4~5세 때 2·3차 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20대 중반~40대 후반인 경우 어렸을 때 홍역백신을 맞지 않았으면 지금이라도 예방접종을 하면 된다.

고신대 복음병원 가정의학과 교수